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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메이드 구름을 읽어내는 방식 / 김희준 시인

한영제 기자 | 입력 : 2018/10/25 [06:59] | 조회수 : 832

 

 

 

 

 

머메이드 구름을 읽어내는 방식 

 

 

 

나는 반인족, 안데르센의 공간에서 태어난 거지

 

오빠는 속눈썹이 가지런했다 컨테이너박스를 잠그면 매일 같은 책을 집었다 모서리가 닳아 꼭 소가 새끼를 핥은 모양이었다 그 동화가 백지라는 걸 알았을 땐 목소리를 외운 뒤였다 내 머리카락을 혀로 넘겨주었다는 것도

 

내 하반신이 인간이라는 문장,

너 알고 있으면서 그날의 구름을 오독했던 거야

 

동화가 달랐다 나는 오빠의 방식이 무서웠다 인어는 풍성한 머릿결이 아니라고 아가미로 숨을 쉬었기에 키스를 못한 거라고 그리하여 비극이라고

 

네가 하늘을 달린다

팽팽한 바람으로

 

구름은 구름이 숨 쉬는 것의 지문으로 이루어진다는 것, 누워서 구름의 생김새에 대해 생각하다가 노을이 하혈하는 것을 보았다 오빠는 그 시간대 새를 좋아했다 날개가 색을 입잖아, 말하는 얼굴이 오묘한 자국을 냈다

 

사라지는 건 없어

밤으로 스며드는 것들이 짙어가기 때문일 뿐

 

오빠에게 오빠의 책을 읽어준다 우리가 읽어냈던 구름을 베개에 넣으니 병실 속 꽃처럼 어울린다 영혼이 자라는 코마의 숲에서 알몸으로 뛰는 오빠는 언제나 입체적이다 책을 태우면서 연기는 헤엄치거나 달리거나 다분히 역동적으로 해석되고

 

젖은 몸을 말리지 않은 건 구름을 보면 떠오르는 책과 내 사람이 있어서라고

 

너의 숲에서 중얼거렸어

 



 

 

*경남 통영 출생. 국립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같은 학교 대학원 재학 중

2017시인동네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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