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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경한 얼굴 / 김희준 시인

한영제 기자 | 입력 : 2018/12/21 [00:54] | 조회수 : 1,411

 

 

생경한 얼굴

 

 

따라와 바다를 지나면 골목이 나올 거야 왼쪽으로 돌거나 두 블록 먼저 꺾거나 아무튼 전등이 축축하게 켜질 때 첫 번째로 보이는 여관 말이야거기서혼자가 아닌 우리였던 적이 있어 비린내 나는 이야기지만 바다가 고요해지고 달이 차오르면 낯선 냄새로 북적이는 그 동네 말이야 여관 방 벽지에 낙엽이 말라가고 그리움이 천장까지 닿을 때 우리는 버석버석한 섹스를 나누었지 그날 우리는 시소를 탔어 갈망의 무게만큼 발돋움이 심했던가 나는 언제나 낮은 부분이라고 생각했는데 모르겠다 너는 모래에 발이 패인다고 투덜거렸지 돌아온 방안에서 우리는 양말을 뒤집어 조개를 찾거나 퇴적층 겹겹이 냄새를 말렸어 몰래 배가 부풀기를 기다렸던 것 같아 내 몸에 쌓이는 게 모래나 바다라면 잠든 네 발로 내 속을 패이게 만들었을 텐데 그랬다면 죽어도 울지 않는 태생 같은 건 몰랐을 텐데, 전등이 꺼지기 전에 아무튼 돌아가거나 먼저 두 블록 꺾어 왼쪽으로 나오면 골목 보이지 그 수족관에 알을 낳는 거야 그리고 우리는 아침으로 알탕을 먹는다 입안에서 알이 터질 때마다 응앙응앙 소리가 들리는 건 비밀로 하자

 

 

 

 

 

 

 

시작메모

먼저 가버린 이름을 생각한다. 입김은 고체가 되어 동그라미로 떨어진다. 첫눈을 사람으로 태어나게 한다면 그건 너일 거라고. 겨울바다를 오리다가 손을 다쳤어. 바다에 밀려온 나뭇가지가 축축하다. 젖은 이름을 가졌구나, 얼마 불리지 못한 어린 이름을 적는다. 지나가다 널 닮은 사람을 봤어. 신비롭고 애틋한 모양으로 네가 찌그러진다. 계절이 가버리면 어쩌나, 겨울이 상하고 있다. , 이유 없는 대답을 적는다. 네가 없는 세상에서 네 이름을 모래사장에 써두는 일에 금방 하루를 써버리고. 불러줄 이름이 지워지고 있어. 그럼에도 첫눈이 따뜻하면 좋겠어. 바다에 겨울과 봄이 동시에 쏟아지고 있었다.

 

 

 

 

 

 

김희준 시인

경남 통영 출생

2017시인동네등단

국립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같은 학교 대학원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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