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 차행득 시집『그 남자의 국화빵』

한영제 기자 | 입력 : 2019/02/14 [08:31] | 조회수 : 281

 

 

 

 

1. 들어가는 글

 

차행득 시인은 2015년 월간 see’의 첫 번째 추천시인상으로 등단한 시인이다. 필자는 그의 첫 시집 그 남자의 국화빵에 실린 80편의 시편들을 읽으면서 대부분의 시편들이 시인의 실제 체험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중요하게 인식하였다. 그래서 그 시편들에 담긴 진정성에 끌려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맏며느리, 아들 등 가족家族을 중심대상으로 한 시편들과 사계절 집안 살림살이의 체험을 대상으로 한 1부의 시편들은 지나 간 연대年代의 한 전형을 흑백사진으로 보는 것 같아서 시의 진정성 과 함께 한 시대의 영상映像으로 시의 가치가 확대될 수 있다고 생각 하였다. 그것은 사실성(factuality)의 반영이 개인적인 체험의 울타리를 벗어나서 1950-60년대의 한국사회의 생활상의 생생한 영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연인식과 풍물기행의 시 해설편, 꽃에 관한 시편과 생활시편들도 시인의 형이상적 관념이나 시적 상상력보다 실제의 체험이 시의 바탕이 되고 있어서 시편들의 뿌리 가 대지(실생활) 속에 깊게 자리 잡은 든든함을 느끼게 되었다.

현대시에서는 시의 중심을 어디에 두고 있느냐 하는 것이 시의 경향을 정하는 나침반이 되고 있다. 고착화된 관념에 식상한 현대 시인들은 시인의 정서와 사상만이 아닌 언어의 기능이나 구조, 사물 자체(사건)에 시의 중심을 두려고 한다. 그들은 언어의 기능을 의미 의 전달에서 언어의 순수한 예술적 기능으로 전위轉位하려 하고, 사 물(사건)을 비유나 상징(의미)의 도구에서 해방시켜 독립적인 사물 성의 세계그 자체를 대상으로 삼고자 한다. 그 이유는 정서나 사상 은 대부분 시대에 따라 변하는 가변적인 인식인데 반해서 사물(사 건)과 언어는 객관적이고 비교적 가변성이 적은 독자적인 존재의 세계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대시에서 사실적인 체 험의 이미지는 시를 의미의 세계보다 한 단계 높은 존재의 세계로 끌어올리는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20세기 대표적 시인 T.S.엘리엇의 시란 무엇은 사실이다하고 단언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사실을 우리로 하여금 좀 더 리얼하게 느끼도록 해 주는 것이란 말도 시의 창작 과정에서 체험을 중요시 한 시론으로 해석된다. 이 시론은 시에서 모든 관념은 어떤 형태든 물리적 존재에 실려 운반되어야 한다는 한국의 대표적 시인 문덕수 의 수퍼비니언스supervenience의 원리와도 맥을 같이 한다. 이런 관점 에서 볼 때 차행득 시인의 첫 시집의 시편들은 사실적 체험의 생생 한 드러냄그 자체로도 시적 의미와 가치를 충분히 나타내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그래서 필자는 해설의 제목을 체험의 세계에서 우 러나오는 시의 진정성과 존재성이라고 정하고 시편들의 면면을 세세히 들여다보기로 하였다.

 

2. 시편 들여다보기

 

. 가족을 중심대상으로 한 시편들

현대 한국 TV 드라마의 대부분이 가족 사이의 관계를 중심소재 로 하고 있다. 따라서 드라마의 바탕에는 효 사상, 가부장제 등 전통 적인 가족 중심주의 가치관과 자율과 평등, 개인 중심주의로 변화하는 현대사회 가족의 가치관 사이의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그것은 가족에 대한 기본적인 가치관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으며 그 변화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이런 사회적 현상 속에서 현대인들 의 뇌리에 남아 있는 전통적 가족의 영상은 지나간 시대의 흑백사진 같이 인식되기도 한다. 그래서 그 흑백사진의 이미지를 시로 표출하여 불변하는 아름다운 전통가족의 영상으로 형상화한 시편들이 이 시집 1부의 중심 시편들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것이 다. 그것은 시편들의 이미지가 한 시대의 전형을 담고 있기 때문이 다. 이 시집의 첫 시 어머님의 외출복에는 어머님이 생전에 입던 외출복과 임종 후 입은 외출복의 대조對照가 시적 공간을 형성하고 있다. 십 수 년 외출복이었던 읍내 의상실에서 지어온 옷 한 벌 장롱 속에 고이 걸어두고, 임종 후 평생에 한 번도 입어보지 못한 연한 황 색의 안동포安東布를 수의壽衣로 예를 갖춰 입고 저승으로 가신 어머님 에 대한 시인의 연민이 시적 아이러니를 느끼게 하는 사실적인 언어 속에 갈무리되어 있다.

밥 한 끼 굶는 것은 표 나지 않아도/ 의복이 초라하면 쪼깐 그래 야/ 하시던 어머님// 읍내 날개의상실에서/ 지어 오신 옷 한 벌은/ 십 수 년 내내 외출복이 되었다// 오랜 세월/ 지독한 나프탈렌 냄새 에 찌들어/ 누렇게 뜬 얼굴 핼쓱하게 늙은 그 옷/ 장롱 속에 고이고 이 걸어두고// 삼백예순날 중/ 젯밥 한 그릇이면 족하지 않겠냐며/ 평생에 한 번 입어보지 못한/ 값 비싼 안동포 날개옷 삼아/ 예를 갖 춰 입으시고// 훠이 훠이/ 새 집 찾아 가시던 날/ 어머님의 옷자락 은/ 한 번도 펄럭임이 없었다. - 어머님의 외출복전문

아버지의 꽃은 가부장제의 가족 안에서 엄격하고 실리적이라고 만 여겨왔던 아버지가 노년이 되어 대문 안에 심어놓은 해당화를 보시고 좋아하는 모습을 통해 아버지의 참모습을 발견한 순간을 매우 세련된 사실적인 시적감각의 언어로 그려내고 있다. 언니의 혼인날이 잡혔다는 소식에// 파르르 떨던/ 뒤곁 오동나무/ 그런 나무, 그런 나무만/ 심어 가꾸기를/ 좋아하신 줄 알았습니다.// 머리칼이 허옇게 센/ 어느 날엔가/ 대문 안에 해당화 한 그루/ 심어 놓으시고는// 오며 가며 자홍색 꽃잎에/ 그윽한 눈빛 건네시며/ 참 곱다. 라고 뇌이시던/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아버지도 꽃 을 좋아하신다는 것을. - 아버지의 꽃전문

집 한 채 짓는다는 것에는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남정네 기 죽이지 말고 공대해야 하는 것은/ 집 한 채 짓는 것이고// 시부모 봉양 잘 하면/ 그 가풍 사람으로 나라를 짓는 것이라는 전통의 내훈內 訓을 미덕으로 알고 오랜 인고의 세월을 살아온 지나간 시대의 어머니 상이 살갑고 촉촉한 언어 속에 함축되어 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남정네 기죽이지 말고 공대해야 하는 것은/ 집 한 채 짓는 것이고// 시부모 봉양 잘 하면/ 그 가풍 사람으로 나라를 짓는 것이어야/ 사람노릇이란 것이 별거 있것냐// 참고

또 참고 한번만 더 참아내면/ 만사가 형통해지는 것이어야// 그 보 다 더 큰집이 어디 있고/ 그 보다 더한 태평성대가 어디 있것냐/ 어 미의 바람은 너희들 어디를 가드라도/ 욕되지 않게 사는 그것뿐이어야// 듣거나 말거나 혼잣소리처럼 하시던/ 울 엄니 속내 빤히 알기에/ 그 곳에 밑줄을 그어두고/ 거짓말 같이 션찮은 대답으로 일관 한다. - 집 한 채 짓는다는 것전문

그 외에 열여덟 살에 종부宗婦가 되어 평생 격식 속에서 살아오신 어머니가 시대의 변화에 순응하는 모습을 손때 묻은 얼레빗 하나 와/ 참하디참한 참빗 하나/ 빈 동동구루무통”, “밋밋한 검정 핀등 의 사실적인 언어로 생생하게 그려내어 전하고 있는 어머니의 거울, 스물다섯 나이에 연중 기제사 열한 번에,/ 섬겨야 할, 한 지붕 밑 두 시어머님과/ 늘 헛기침으로 응수 하시던 시아버님/ 시동생 육 남매 혼사 다 치르도록/ 물동이 이고 빙판 위를 걷는 곡예사로 살아온 종손 맏며느리의 과적차량 같은 인고의 삶을 사실적 서술로 풀어낸 맏며느리, “노환으로 몸져누우실 때까지/ 극진히도 조상을 섬기시던 할아버지의 모습을 담은명주 손수건, “어짜든지야? 배부르게만 묵어라 잉/ 뭣을 먹든지 배부르게만 묵으면 되는 것이어 야.”라는 생일 날 어머니의 전화 말씀을 따순 밥으로 되새기는 엄니 의 탈무드, “빙산 그 언저리 한 귀퉁이의 삶또 다른 시작 앞에섰다는 남편의 퇴직송시 바위 섬등의 시편이 가족을 중심으로 한 시편으로 한 시대를 넘어서는 진한 감동의 울림을 전하고 있다.

. 자연인식과 풍물기행의 시편들

시인의 감성이 자연과 조화를 이룰 때 시적 상상의 공간이 무한 히 확대되고, 그 시편들은 자율적인 존재성을 갖게 된다. 그래서 자연현상을 어떻게 시 속에 넣느냐는 문제는 시인의 능력을 가늠하는 요소가 된다. 동양의 고대 철학자들도 자연을 통해서 지혜를 키워 왔으며 자연과의 동화同化를 최고의 덕목으로 삼았다. 중국 춘추시대의 노자老子도덕경에서 상선약수上善若水가장 훌륭한 덕은 물과 같다라고 하면서 자연의 물에서 인간세상의 지혜를 구하고 있다. 필자는 차행득의 시편에서 자연과의 동화풍물기행을 통한 사유思惟의 시편들을 읽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

그의 시편 중 1부에 들어 있는 김치를 담그다가는 일상생활 속 에서 쉽게 만나는 자연현상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 시인의 감성이 신 선한 시적공간을 형성하면서 독자의 닫힌 마음을 활짝 열어주고 있다. 김치를 담그다가 식은 밥과 함께 뭉게구름 한 조각, 하늘 한 귀 퉁이, 우주를 먹는다는 상상적 체험이 자연에 동화된 싱싱한 시의 놀라움을 만들어내고 있다.

배추김치 담그다가/ 창문 너머에서/ 삐주름히 내다보는 하늘이/ 너무 맑고 고와서// 뭉게구름 한 조각/ 조심조심 떠 넣고/ 하늘/ 한 귀퉁이 툭 잘라 넣고/ 북북 버무려서// 식은 밥 한 뎅이에 / 김치 한 가닥/ 척 걸쳐 먹으면/ 우주가 입안으로 다 들어온다.// 밴댕이 소 갈딱지/ 하늘처럼 넓어져/ 구름처럼 가벼운 마음/ 갠 날이다. - 김 치를 담그다가전문

구계등에서는 바닷가 몽돌 밭에서 알알이 맺혀 있는 어릴 적 꿈 의 형상을 마음의 눈으로 보면서 눈부신 빛을 발하기 위한 부단한 버둥거림이 아닌일상 속에 숨어있는 무의식의 나와 만나고, 자신 이 당도해야 할 견고한 정신의 터전을 찾는 시적 사유가 빛을 발하 고 있다.

들 물에 희번덕거리는 포말들이/ 날물에 속살 단단히 여미고/ 햇 살 한 줌과 바람 한 모금/ 스쳐간 빗줄기 한 가닥이 번갈아/ 여문 뼈 를 만들어낸 몽돌 밭에/ 내 어린 날 파종해 놓은 꿈들이 알알이 맺혀/ 짙고 푸르게 살찌우는 묵연의 시간이다// 눈부신 빛을 발하기 위한 부단한 버둥거림이 아닌/ 덤덤한 일상처럼 읽히며, 보이지 않 는 미세함 속에/ 나를 키운 만판한 모유같이/ 다소곳이 숨어 있는 내 꿈의 지문들/ 그 갈피를 면밀히 되짚어 추억을 산출해낸다// ~/ 길동무처럼 등에 업혀/ 나를 사로잡는 그것은 무엇이며/ 내가 당도해야 할/ 견고한 그곳은 어디이련가... - 구계등에서전문

법성포의 봄은 시인이 법성포에서 백제에 불교를 전해 준 인도 의 승려 마라난타의 발자취를 생각하고, 그의 행적이 마음 깊어 하늘에 길을 낸다는 것/ 낯선 길 위에 새 길을 낸다는 것이라는 사유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사면불상 위로 미끄러지던 햇살, 영산홍 에 엉겨 붙어/ 불심佛心 불꽃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습디다라고 법성 포의 봄기운을 불타는 불심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아무나 갈 수 있는 아무포에 가면/ 무수한 초조함으로 내딛던/ 서 역의 유랑고승 첫 발자국에/ 움푹 패인 사무친 무형의 불심佛心/ 양 각으로 타오르고 있습디다// 마음 깊어 하늘에 길을 낸다는 것/ 낯 선 길 위에 새 길을 낸다는 것// 그때와 지금/ 이생과 전생 공존의 바람이 있습디다/ 사람의 모습으로/ 이상 세계를 향한 날갯짓의 불 씨佛氏/ 사방으로 번져가고 있습디다// 숲쟁이 숲 사이로 불던 바 람/ 나를 호되게 불러 세우더니/ 아픔의 아름다운 이치를 깨우쳐 줍 디다// 사면불상 위로 미끄러지던 햇살, 영산홍에 엉겨 붙어/ 불심佛 心 불꽃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습디다/ 불붙은 포구의 봄은 고요하고 엄숙히 하늘을 틔웁디다. - 법성포의 봄전문

명사십리 밤바다는 밤의 침묵을 깨는 밤바다의 계속 이어지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그 시간이 바스러진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치 유의 시간” “나의 어제를 부축해 주는 간이역이라고 인식하면서 어린 날의 아침 기도처럼 피어오르는/ 밤바다를 꼬-옥 안고/ 마알 간 얼굴로 잠들고 싶다고 한다. 그것은 시인의 의식이 자연의 파도 소리에 동화되어 생동하는 생명의 기운을 흡수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양을 거슬러온 바람의 현을 따라/ 쉼표도 마침표도 없는 파도 의 자취는/ 깊은 밤의 침묵을 깨는 묵중한 파열음입니다// 바스러진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치유의 시간에/ 서걱 이는 모래톱 위로 저 넓은 세계가 밀려와/ 하얀 길을 내어주는 눈물겨운 은총은/ 나의 어 제를 부축해 주는 간이역입니다// 철없어 눅눅했던 마음/ 훌훌 털어 말리고/ 어린 날의 아침 기도처럼 피어오르는/ 밤바다를 꼬-옥 안 고/ 마알간 얼굴로 잠들고 싶습니다. - 명사십리 밤바다전문

이 외에도 열애중인/ 이 숲의 비밀한 향기에 입맞춤 하고 싶다비자나무 숲에 들어, “서로 부딪치고 파도에 씻겨 순해진/ 갯돌들의 가쁜 숨소리도 거친 일상 견뎌온/ 사람들의 속앓이도/ 눈보다 마음을 열어야 보이는 것이다라는보길도, 백마白馬의 갈기처럼 촘촘히 하늘을 엮고/ 잠뱅이마져 벗어던진 머슴처럼/ 담상담상 나무들이/ 골골이 패인 능선을 지키고 있다진부령 겨울 숲 등의 시편들이 시적 여운과 인상을 남기고 있다.

, 꽃에 관한 시편들과 생활 시편들

꽃은 예로부터 시와 그림의 소재로 많이 쓰여 왔다. 그 대표적인 예가 되는 것이 조선 선비들의 시와 문인화의 사군자四君子. 그래서

매화난초국화·,대나무는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서 비유나 상징으로 관념화되었다. 현대시에서는 그 관념의 벽을 허물고 새로운 눈으로 보는 관점의 변화가 중요한 포인트가 되고 있다. 그 예가 되 는 것이 현대시에서 미당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이고, 김춘수 시인의 이다. 필자는 이런 관점에서 차행득 시인의 꽃에 관한 시 편들을 읽으면서 기존의 관념에서 벗어난 시편들을 찾아보았다. 그 리고 생활 시편에서도 객관적인 사실의 이미지와 개성적인 관점이 들어 있는 시편에 눈길을 두었다. 먼저 꽃에 관한 시편들 중 부산한 봄 날-청매를 읽어보면, 봄 날 빌딩 숲 응달에 피어 있는 청매를 빌딩숲 사이길 응달에/ 습내나고 누굿한 냉골에서/ 만삭의 산모가 몸을 부려/ 청매靑梅/ 무더기 로 꽃눈 틔웠다고 문명과 자연의 대립적인 관점에서 청매를 빌딩 숲 그늘에서 꽃을 피워내는 만삭의 산모로 표현한 것과 조왕신이 라는 민속신앙을 그 이미지에 연결한 것이 주목되었다. 그것은 시 인의 독특한 시선이 포착한 생명적 이미지로 이 시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고 있기 때문이다.

빌딩숲 사이길 응달에/ 습내나고 누굿한 냉골에서/ 만삭의 산모 가 몸을 부려/ 청매靑梅/ 무더기로 꽃눈 틔웠다// 탯줄을 끊고/ 금줄 도 달고/ 강보에 감싸 안고/ 어여어여/ 조왕신께 아뢰이시고,/ 군불 지핀 첫국밥에/ 지친 산모 구완하고/ 매화향기 한 자락 끊어/ 문패 도 달아야것네. - 부산한 봄 날-청매전문

소소한 넋두리에는 꽃 이름이 시적 흥취를 돋우고 있다. 쥐똥나무, 개불알풀, 코딱지꽃, 방가지똥 등 그 이름에는 평생을 흙속에서 살다간 농투성이들의 정겨운 감성이 담겨 있다. 어느 퇴락한 초가집의/ 허물어진 돌담 틈새// 쥐죽은 듯/ 찰진 똬리 틀고 서서/ 울타리가 된 쥐똥나무// 쥐도 새도 모르게/ 오진 꽃망울 피어 올려/ 싸질러 놓은 꽃향기 그윽하다// ,/ 이 요망한 놈 발밑에선/ 쥐뿔도 모르는/ 개불알풀과 코딱지꽃/ 니 이름 내 이름 따지며/ 너스레를 떨고 있을 즈음/ 꽃대를 쑤욱 밀어 올린 방가지 똥/ 도도히 팔짱을 끼고 서서/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지랄하고 지나가네.// - 소소한 넋두리전문

꽃자리에는 공원 한 귀퉁이 쓰레기 더미 사이에서 핀 풀꽃을 보 는 시인의 시선이 따스한 온기로 전해오면서 생각에 잠기게 한다. 그 풀꽃들의 모습은 세상을 순박하게 살아온 서민들의 보이지 않는 삶과 연결되고 있어서 시의 진정성이 은은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공원 한 귀퉁이 버려진 땅/누군가 버리고 간/ 쓰레기더미 사이에 피어난 풀꽃// 쌈빡하게 피었다가/ 금방지고 마는 양귀비처럼/ 색 깔도 향기도/ 진하거나 튀기를 탐하지 않은/ 키를 높이려고/ 사다리를 놓지 않는/ 자기 소리 높이려고/ 목청을 가다듬지도 않는// 있는 듯 없는 듯 그저, 은은하면서도 농염한 자태// 해마다 그 자리를 지키는 풀꽃미소는/ 나그네의 눈길을 끌어들여 생각에 빠지게 하는 그 자리// 그윽한 시간이 흐르는 그 자리. - 꽃자리전문

달팽이의 길은 생활 시로서 그늘진 쪽방에서 시작해/ 열댓 번 이사 다닐 때마다/ 앞장서서 바람막이 되어 주던/ 가장의 축 처진 어깨를 달팽이의 길에 비유하여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하고 세상을 보는 눈을 열어 준다. 그리고 시인의 날카로운 시선에 포착된 이 시 대 서민의 구석진 삶의 표출이 깊은 울림을 주는 시로 읽힌다. 나뭇잎이 기어간다/ 누구의 소행인지 모를 등짐지고/ 집을 찾아 가는 민달팽이의 긴 여정// 삶의 무게만큼 짙게 길을 내며/ 굽이지거나 비탈을 오를 때면/ 사력을 다 해 균형을 잡아 보고/ 기우뚱 나뒹굴어 떨어지면/ 몸을 되세운 굳센 의지의 흔적들/ 은빛으로 사물거린 달팽이의 길을 바라본다// 그늘진 쪽방에서 시작해/ 열댓 번 이사 다닐 때마다/ 앞장서서 바람막이 되어 주던/ 가장의 축 처진 어깨/ 뽀대난 삶 한 번 탐해보지 못한/ 맏이라는 무거운 십자가를 업보인양 여기던/ 천 근 침묵은/ 내천자로 물결져 미간을 범람하고/ 그 푸르던 관절 낡은 기둥으로 서 있는/ 백발의 눈빛이 적적하다. - 달팽이의 길전문

시집의 표제작인 그 남자네 국화빵은 비유가 아닌 실제의 장면 이 따스한 시적 울림으로 가슴을 촉촉하게 한다. 국화빵을 만들어 파는 포장마차 남자의 모스부호 같은 알아듣기 어려운 말을 들으며 눈빛으로 소통하는 시인의 모습이 아름다운 시의 공간을 형성하고 울림을 주고 있다.

국향 만리 쫓아가다/ 포장마차 기웃댄다.// 굳어버린 얼굴 근육 죄다 모아 일깨우고/ 손짓말 덧붙여서/ “~훠워원에 헤에에개요.” // 한 반나절쯤이나 걸려 와서/ 엎질러 놓은 흐린 말끝/ 눈빛으로 건너오는 모스부호// “천원에 세 개요?”// 대답 대신 고개만 주억댄 다./ 더디디 더딘 손놀림으로/ 한 송이/ 한 송이/ 정성 다 해 피워내 는 국화꽃/ 어느새 입 안에서/ 향기 가득 피워 내고// 봉지에 가득 담겨 시들던 꽃송이들/ 식탁의 주빈 되어/ 그 남자의 고단한 삶이/ 자음과 모음으로 피어난다. - 그 남자네 국화빵전문

이외에도 울타리 밖에서 이른 봄 환한 미소로 맞이하는 그대, 그렇게 빛나는 것은-매화, “세상에서/ 가장/ 눈이 맑은 아이로 표상된 개불알풀꽃, “한파 가시기도 전에/ 땅이 들썩거리는 진통을 하더니/ 멀건 양수 터져 첫 애기 낳았다조산早産 -봄까치꽃, “불모의 사막/ 한 발 한 발 내딛는/ 슬픈 그림자/ 모래 언덕 위에 드리우며/ 세월의 한복판을 성자처럼 걷고 있다낙타처럼등의 시편들이 시적 여운을 남기는 시로 읽힌다.

 

3. 나가는 글

 

차행득 시인의 첫 시집 그 남자의 국화빵 에 실린 80편의 시편 들을 읽고 체험의 세계에서 우러나오는 시의 진정성과 존재성이라 는 관점에서 시편들을 내 나름의 안목으로 해설을 했다. 가족을 중심 대상으로 한 시편들에서는 변화하는 시대에 흑백사진같이 인식되는 전통가족의 영상이 한 시대의 전형典型의 드러냄이라는 관점에서 해설을 했으며, 자연인식과 풍물기행의 시편들에서는 시인의 감성 이 자연과 조화를 이룰 때 시적 상상의 공간이 무한히 확대되고, 그 시편들은 자율적인 존재성을 갖게 된다.’고 했는데, 시편에서 그것 을 증명할 수 있었다. 그리고 풍물기행의 시편에서는 현장의 풍물과 시인의 사유가 조화를 이루어 시의 공간을 형성하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다. 끝으로, 꽃에 관한 시편들과 생활 시편들에서는 문명과 자 연의 대립적인 관점의 시편’, ‘시인의 날카로운 시선에 포착된 이 시 대 서민의 구석진 삶의 표출이 감동의 울림을 주는 시로 인식되어 차행득 시인의 진정한 면모를 보는 것 같았다. 앞으로 계속 이 방향으로 시의 길을 열어가기를 바라면서 해설을 줄인다.

 

 

 

 

 

 

시집 속 시 7편

 

 

부산한 봄날

 

 

 

청매

빌딩숲 사이길 응달에

습내 나고 누굿한 냉골에서

만삭의 산모가 몸을 부려

청매靑梅

무더기로 꽃눈 틔웠다

 

탯줄을 끊고

금줄도 달고

강보에 감싸 안고

어여어여

조왕신께 아뢰이시고,

군불 지핀 첫국밥에

지친 산모 구완하고

매화향기 한 자락 끊어

문패도 달아야것네.

 

 

 

 

 

개망초

 

 

지천을 주인으로 살아가는

소박한 꽃무리들 허공을 밟듯

흔들리다가

여름을 팽팽히 잡아당겨

피로한 내 영혼을 가끔 흔들어

배냇짓까지 들추어냅니다.

 

풀꽃에 젖은

내 마음 갈피갈피에

하늘이 웃자라고 있습니다.

 

 

 

 

 

 

 

 

명사십리 밤바다

 

 

 

대양을 거슬러온 바람의 현을 따라

쉼표도 마침표도 없는 파도의 자취는

깊은 밤의

침묵을 깨는 묵중한 파열음입니다

 

바스러진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치유의 시간에

서걱 이는 모래톱 위로

저 넓은 세계가 밀려와

하얀 길을 내어주는 눈물겨운 은총은

나의 어제를 부축해 주는 간이역입니다

 

철없어 눅눅했던 마음

훌훌 털어 말리고

어린 날의 아침 기도처럼 피어오르는

밤바다를 꼬-옥 안고

마알간 얼굴로 잠들고 싶습니다.

 

 

 

 

 

 

 

 

 

 

아버지의 꽃

 

 

 

언니의 혼인날이 잡혔다는 소식에

 

파르르 떨던

뒤꼍 오동나무

그런 나무, 그런 나무만

심어 가꾸기를

좋아하신 줄 알았습니다.

 

머리칼이 허옇게 센

어느 날엔가

대문 안에 해당화 한 그루

심어 놓으시고는

 

오며 가며 자홍색 꽃잎에

그윽한 눈빛 건네시며

참 곱다. 라고 뇌이시던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아버지도 꽃을 좋아하신다는 것을.

 

 

 

 

 

 

 

 

 

 


유품

 

 

 

바람 맞아 쓰러진 후

면죄부로 받은 지팡이

시종처럼 앞세우고

한 손엔 분신처럼 들고 다닌

단물이란 단물 다 빠진 낡은 손가방

 

야윌 대로 야윈 가방 안에

요실금 팬티 한 장

천 원짜리 지폐 한 장

주인 잃은 호미 한 자루와

시들어버린 씀바귀 한 모숨 남기시고

바람 따라 홀연히 떠나가신

그 날 이후

 

오빠는 그리도 좋아하던 씀바귀나물

입에 넣지 못하건만

어머니 오가시던 그 길에는

해마다 씀바귀 꽃 지천으로 피어난다

 

 

 

 

 

 

 

 

 

 

너는 좋겠다

 

 

 

내색하지 않았다만

너는 좋겠다.

 

그토록 붉은 울음으로

속눈썹 뽑아 낼 기다림이라도 있어서

 

너는 좋겠다

까치발 딛고 서서 휘청거릴

연둣빛 그리움이라도 있어서

 

언젠가는 황토 위에 오두막 짓고

키워 갈 사랑하나 꿈꾸는 꽃무릇

너는 좋겠다.

 

 

 

 

 

 

 

 

 

소소한 넋두리

 

 

 

어느 퇴락한 초가집

허물어진 돌담 틈새

 

쥐죽은 듯

찰진 똬리 틀고 서서

울타리가 된 쥐똥나무

쥐도 새도 모르게

오진 꽃망울 피어 올려

싸질러 놓은 꽃향기 그윽하다

 

,

이 요망한 놈 발밑에선

쥐뿔도 모르는

개불알풀과 코딱지꽃

니 이름 내 이름 따지며

너스레를 떨고 있을 즈음

꽃대를 쑤욱 밀어 올린 방가지똥

도도히 팔짱을 끼고 서서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지랄하고 지나가네.

 

 

 

 

 

 

 

 

차행득 시인

완도 출생

월간 see 추천시인상 등단

시집그 남자의 국화빵

공저맛있는 시집,시인은 시를 쓴다외 다수

한국문인협회원서울시인협회원전남문인협회편집국장

  • 도배방지 이미지

시집 소개

더보기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