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저녁 숲으로 가다 / 이화영 시인

한영제 기자 | 입력 : 2019/02/15 [10:46] | 조회수 : 401

 

 

나비, 저녁 숲으로 가다


 

 

저녁 산책을 했다

추웠고 음울한 월이었다

생생하게 내 곁을 스쳐가는 나비

젖은 땅에서 오르는 푸르스름한 안개는 가시나무에

투명한 얼굴을 걸고 있었다

 

색을 거부한 숲은 싸늘하다

 

어둠은 나비의 피부

검은 수프를 마시고

잘 익은 풍성한 식사를 더듬더듬 먹어치우는 나비

저녁 숲을 하얗게 갉아먹어도 살이 차오르는

저주받은 어둠은 나비의 피부

 

금색 햇살이 사라진 숲에 리라소리 살랑인다

새벽별마저 심지를 꺼버리고 나면

권태는 나비의 혈관을 얼어붙게 하지

온기가 필요해

장전된 기억을 날려 줘

 

날개를 접은 나비들 무반주 합창을 하며

저녁 숲에 목을 걸고 있었다

마치 물방울인 듯

투명한 얼굴을 걸고 있었다

 

월간,시와표현,2018, 8월호.

 

 

 

 

 

 


시작메모

 

나비는 내 바깥에 있는 세계이다. 사람들은 사후에 나비가 되고 싶다는 소원을 말한다. 만나고 사라지는 시간을 나비를 통해 보고자하는 잠재의식의 발로인 것이다. 춥고 음울한 날씨에 저녁 숲으로 날아간 나비의 소식이 궁금하다. 말없이 가버린 나비, 텅 빈 두 눈이 되고 더듬이는 사라져 더듬을 바깥의 꿈이 사라진 나비의 어둠이 아득하다. 나비가 날아 간 숲에 눈이 내린다. 눈 쌓인 숲에 무반주 합창이 흐르고 나비는 가시에 투명한 얼굴을 걸고 있다. 어둠이 천천히 다가와 나비를 잠식한다. 저주받은 어둠은 나비의 피부. 물방울 닮은 투명한 춤을 추는 나비는 지독한 고요의 숲에서 우화중이다. 나비가 숲을 잠식한다. 어둠속에서 날아오르는 흰나비들.

 

 

 

 

 

 

 

이화영 시인

-2009정신과표현신인상 등단

-시집침향,2009 혜화당./아무도 연주할 수 없는 악보, 2015 한국문연.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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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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