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호수에 앉아 / 정정숙 시인

한영제 기자 | 입력 : 2019/03/08 [13:11] | 조회수 : 329

 

 

겨울 호수에 앉아

 

 

홀로 서며 꽃잎을 씹는다 한 모금 한 모금 씹다 보니 창밖이 보인다 햇살에 잘 말려둔 구절초 분향을 물 위에 띄울 무렵, 들리지 않던 숨소리가 어디선가 단단히 보탠다 별리의 아픔이 수면을 치고 날아간다 호수는 나무 그림자와 헤어지고 머리맡에 달 하나를 띄운다 아들 얼굴이 물그림자에 접히고 접힌다 가슴 중심에 생인손이 피를 흘린다 가족을 떠난 온 수많은 사연 속에 달을 빠는 아이의 눈물이 제일 크다 가슴골로 얼굴이 흘러내린다 어디선가 꽃잎 하나 톡! 커다란 가슴 복판으로 날아든다. 집짓기 퍼즐처럼 일렁이는 얼굴들이 검은 물 밑에 가라앉는다.

 

 

 

 

 

 

 

씨감자

 

 

상자 속에 갇혀서 썩어 문드러질 운명을 잡고

일탈을 꿈꾼다

쏙 들어간 배꼽에 파란 정액이 채워지고 배아는

어미의 몸속에서 세포분열을 한다

빠른 놈은 양수를 털어내며 어미젖을 빨고,

 

햇살이 실낱같은 틈새로 빠져나간 자리

한 무리 바람 방향으로 새끼를 내 보낼지, 말지?

무거운 녀석을 등에 올려놓고 기도한다

얼굴은 울퉁불퉁해도 분칠은 잘해놓았으니

바위 밑에서도 뿌리는 내릴 거야

 

흙에서 나와 흙 굴을 파고들어가는 생

내 안에서 여럿을 달고 나왔지만

내 것인지 남의 것인지 볼 때마다 다른 감자들

매해 내 뿌리에 달리면 밝은 방을 줄게

 

 

 

 

 

정정숙 시인

 

2005 한국작가시등단, 시집 구절초, 빛은 실로 아름다움이라, 수필집다시 일어서야겠습니다, 바위를 뚫고나온 구절초, 청향문학상 수상, 카나다 밴쿠버 문인협회 주최 신춘문예 수필 수상 (2002), 시조사 문학상공모 수필 최우수상(2006), 6회 모윤숙 대상 수상, 허난설헌 문학상 수상, 계간문예 회원,현재 다음카페<뉴스타트 구절초향기>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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