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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가슴 / 고성만 시인

한영제 기자 | 입력 : 2019/03/22 [09:57] | 조회수 : 675

 

 

  달의 가슴

 

 

 그 숲에서 새들이 날고 꽃이 울었다 백골단에게 쫓기던 5, 그녀와 함께 막다른 골목 가게의 셔터를 밀고 들어갔는데 그 속에 잔뜩 긴장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치약을 짜서 코 밑에 발라주는 그들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날 밤 낯선 여인숙에서, 그녀의 심장은 왼쪽에서 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가슴에서는 물 냄새가 났다 내 심장도 왼쪽에서 쿵쾅거렸다 시름시름 앓던 그녀가 고요의 바다*로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잠깐 왔다 사라지는 통증이겠거니 했는데 오래 오래 새들이 날고 꽃이 울었다

 

달의 가슴 왼편에 그을린 자국이 선명하다

 

* 월면에 있는 지명

 

 

 

 

 

 

시작메모

 고성만 시인은 진정한 내면의 치유를 위해 과거를 이야기한다. 과거의 아픔을 직면하지 않고서는 우리의 현재 또한 절름발이처럼 위태롭게 걸어갈 수밖에 없다. 상흔을 입은 마음에 온전한 치유가 이뤄져야 현재를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다.

 “새들이 날고 꽃이 울었다는 도입으로부터 출발한 이 시는 달의 가슴을 가진 그녀와의 영원한 이별을 그려내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백골단에게 쫓기던 5을 배경으로 한 이 시에서 화자는 백골단에 쫓겨 막다른 어느 골목 가게 안에 든 긴장한 사람들과 마주한다. 그리고 동행했던 그녀와 나의 심장은 똑같이 왼쪽에서 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왼쪽은 역사적으로 항상 억압받고 소외되고 무시되어 왔던 우리의 모습이다. 또 왼쪽은 빛이 머물지 않는 그늘진 곳을 표상한다. 심장이 뛴다는 것에서 생명이 살아 있음을 의미하게 된다. 심장 자체는 생명, 사랑, 순환, 소통의 상징이다. 심장이 뛰지 않으면 사랑이 없는 것이고 사랑이 없으면 생명이 끝난다. 억압받고 그늘진 왼쪽에 심장이 있다. 사랑도 정의도 그렇게 그늘지고 억압받은 곳에서 움튼다.

 “그녀의 가슴에서풍겨오는 물 냄새와 시름시름 앓던 그녀가 떠났다는 고요의 바다에게 화자는 존재의 근원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여기에서 물과 바다는 알 수 없는 영역이면서 감춰져 있는 영역이다. 바다도 왼쪽과 마찬가지로 깊고 어두운 영역이기에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물이나 바다는 빛이 머물지 않은 곳으로 무언가를 저장하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사라지는 영역이 아니라 저장되고 계속 어떠한 기억을 머무르게 하는 공간이다. 드러났다 감춰지기를 반복하는 달도 내면을 알 수 없는 영역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과 닮았다. 달의 왼편에 그을린 자국은 씻을 수 없는 5월의 트라우마(Trauma)를 떠올리게 한다. “오래 오래 새들이 날고 꽃이 울었다는 것은 여전히 치유되지 않은 역사를 증언하는 것이면서 주체가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서성거리는 이유다이송희 시인

 

 

 

 

 

 

고성만 시인

전북 부안 출생

1998년 동서문학』 신인상

시집 올해 처음 본 나비』 『슬픔을 사육하다』 『햇살 바이러스』 『마네킹과 퀵서비스맨』『잠시 앉아도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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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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