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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두콩차 / 김도경 시인

한영제 기자 | 입력 : 2019/03/26 [09:15] | 조회수 : 668

 

 

작두콩차

 

 

몇 해 전 작두콩차를 선물 받았다 소중하게 보관했는데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작두 타는 보살을 만신이라고 한다 만신은 신만 잘 다스리면 아픈 사람을 낳게 할 수 있다고 들었다 눈에 콩깍지라도 끼우면 콩이 작두를 타고 아픈 사람이 낳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 작두콩차를 찾지 못했다

 

날 선 마음에 베이는 날들이 있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작두를 타고 있을 때 작두콩차를 선물 받았다 너무 고마워서 차를 어떻게 끓이는지 여쭤보는 것을 잊은 채 잘 보관했는데 장소가 기억나지 않는다

 

"작두를 옆에 두면 상처 받기 쉬워요 작두콩차를 마시면 상처가 아무는 데 도움이 돼요, 평생 마음 쓸 일 한꺼번에 썼다고 생각하세요."

 

마음을 우려 주던 그 말씀이 작두콩차 끓이는 방법이었다는 것을 근래에 알았다 눈 내리고 추운데 오시는 길 고생했다며 안도하시는 모습에서 완화 병동이 완화되고 있었다 창가에 햇살 스미는 작은 평화

 

"이곳이 어디라고 먼길 오셨습니까, 감동입니다"

 

그 말씀에 감동한 내가 작두콩차를 어디에 두었는지 골몰해진다 그 마음에서 작두콩차향기가 난다 작두콩차를 마시면 다시 오름도 오르고 대장질도 하실 것 같은데 보관해 둔 곳이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에게 화를 낸다 기억이 내게 화를 낸다 화만 잘 다스리면 작두콩차를 찾을 것 같은데 아직 찾지 못했다

 

 

 

 

 

 

 

 

시작 메모

 

봄이 찾아왔다. 아직 한라산에 잔설이 남아 있지만, 오름에는 야생화가 한창이다. 다시 봄을 느끼고 꽃은 볼 수 있는데, 먼길 떠나신 자파리 대장님은 뵐 수가 없다. 제주도 전역에 분포한 360개 이상의 기생화산, 오름에 문외한이던 내가 자파리 대장님의 인솔로 오름세상회원들과 산행을 했었다. 꽃 사진 담는 것을 좋아하셨던 대장님, 이맘때쯤에는 노루귀, 복수초, 변산바람꽃 등을 찾아가는 산행이었고, 고사리 철이면 회원들 등산 가방을 풍성하게 했던 테마 산행은 별미였다. 지난 일요일 오름에 올라 담은 사진을 정리하다가 대장님께서 투병하실 때 써놓은 시 한 편 꺼내 읽는다. 우리 대장님 계신 곳에도 봄이 찾아왔을까? 그랬다면 아마도 꽃들과 씨름하며 좋은 사진 한 컷 담겠다고 자파리하고 계실 것 같다. 환하게 웃던 대장님의 얼굴을 뵙는 듯 떠오른다.

 

 

 

 

 

김도경 시인

전남 영광 출생. 2010년 문예운동 신인상청하문학회 회원제주문인협회 회원시집 서랍에서 치는 파도』 2015년 제주문화예술재단창작지원금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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