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항재 / 이형우 시인

백우기자 | 입력 : 2019/04/15 [10:11] | 조회수 : 475

 

 

 

 

 

만항재

 

 

그리운 이 전화는 없고

그러한 이 문자는 폭탄

괴나리봇짐 만경대(萬景臺) 눈이 오더니

미투리 등짐 아우라지 억수장마 지더니

고개 너머

고개 들고 바라볼 그대 찾다가

곡애(谷厓)서 나눈

곡애(曲愛)

매일 보낸 보내지 않은 메일

늘상 받은 받지 않은 답장

함백산

야생화

 

 

 

 

 

 

 

 

선아네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왜 어제의 나를 오늘의 나로 여기는가? 옛날엔 선생이면 자나 깨나 선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교실 안에서만 선생이고 문밖을 나서면 누군지 모른다. 예전엔 학생도 그랬다 앉으나 서나 늙으나 젊으나. 이름이 심각한 분열증을 앓고 있다. 조울증세 따라 기표는 미끄러지고 기의는 꼬꾸라 진다. 20년 전쯤 떠돌던 이야기다. 믿거나말거나지만 이번 수업과 연관이 있다. 세 시간 연강으로 유명한 어느 교수님이 시작과 동시에 마이크 던지며 수업 끝!이라 했단다. 영문을 모르는 학생들이 질문하자 "*** 못하것다!" 다음 시간부터는 학생들의 옷매무새와 자세가 바뀌었다아....더라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선아가 숨 넘어 갔다. 그날 이후 나는 애오개를 넘지 않는다. 선아네가 부도났기 때문이다. 내가 선아네여서다.

 

 

 

 

 

 

 

 

 

새재

 

 

왼 손의 안부를

오른 손이 묻는다

겨우내 나를 덮은 당신이 무거울 때

여름내 당신을 가린 내가 버거울 때

내 바람 잠든 굽잇길 돌아

속바람 이는 고갯길에 서면

새똥밭 허수아비로 섰는

내 사랑

진흙탕 기마대 말고삐 부여잡고

조총 탄흔에 너덜대는

그리움

소실점으로 하나 되는

당신과 나

나와 나

때늦은 관문(關門)을 흔들며

자음의 안부를

모음이 묻는다

 

 

 

 

 

 

 

 

 

 

 

격려주

 

 

머리 아파 마시려고 따른 막걸리

가득한 잔에

하루살이 한 놈

잽싸다

다리가 넷인가 싶어 보면 여섯이다

여섯인가 보면 다시 넷이다

삶과 죽음은 넷과 여섯 사인가

빠져 들다가

이태백도 아닌 놈이 감히 여기를!

다시 입김 불어 밀어 넣는다

버둥대는 모습이 가여워 꺼내 놓으니

거나하게 취해 일어날 줄 모른다

장하다 그 정도면,

태평양 같은 술통 한 번 비워 보려고

들이킨 배포

살기 위한 그 처절함

니놈이 나보다 천만 배 낫다

 

 

 

 

 

 

 

 

 

 

 

알도 못하는

우리 할배 할매들

새까맣게

앞서 가신다

알도 못하는

우리 손주 손녀들

시꺼멓게

따라온다

어쩌라고

어쩔라고

길과

길이 만나

길길이 날뛰는

이유

이제사

알것다

 

 

 

 

 

 

 

 

 

老眼

 

 

일 났다

일 났어

할무이 만나모 틀림없이

바늘에 실 끼라 하실 텐데

클 났다

클 났어

 

 

 

 

 

 

 

 

 

父母

 

 

뛰어야 벼룩이고

숨어야 부처님 손바닥

알제?

하느님도 모를

실핏줄 토굴까지

시퍼렇게

잡으러 와서는

뚫어지게 바라만 보고

돌아서는

악덕

사채업자

 

 

 

 

 

 

 

 

 

 

 

 

짐과 짓 사이에

있다

싸도 싸도 끝이 없고

풀고 풀어도 한이 없는

너와 나의

가도 가도 대책 없고

와도 와도 도리 없는

나와 너의

틈새를

막고

두 입술의

 

 

 

 

 

 

 

 

 

 

아부지

 

 

맞을까 저

사람

얼마나 맞아야 정신 차리겠냐며

회초리 드는 저

남자

지금 내 앞에서 판각되는 저

법전

언제 봐도 의심스런 저

사내

과연 맞을까

내 아부지

 

허수(虛水)

새끼들

세 끼

새끼로 엮어서

딸랑딸랑 부랄(阜埒) 차고

만경벌 흘러봤자

말짱 황이지

씨나락으로 출렁이는

말씀의 벌판

아부지(我不知)

아부지(哦浮沚)

 

 

 

 

 

 

 

 

 

역지사지(易地思之)

 

 

특별히

자식 공부 부탁한다기에

한 호당 얼마 받느냐 물었다

300이란다

흔쾌하게 나도

한 호 값만 내라 했다

뭐가 그리 비싸냐 하길래

노려 보다

웃었다

 

 

 

 

 

 

 

 

 

이형우 시인

1991 현대시등단

시집 창세기부터,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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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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