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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 공화국 / 이서빈 시인

한영제 기자 | 입력 : 2019/04/17 [11:11] | 조회수 : 410

 

 

 

기형 공화국

 

 

허릴 묶고도 용케 잘 살아가는 동물 왕국 새들은 눈물 나도록 웃다 배꼽 빠졌다. 배꼽 찾아나선 손님은 돌아오지않고 손님 기다리던 부린 눈물샘 다 말랐다. 새 손은 바람내장 훑고, 내장은 구불구불 소화 불량 앓는다.

 

꽃들은 모두 벌나비들 활주로가 된다. 혈관 가득 푸른피 출렁이며 낯선 날들 착륙시키고 굉음 이륙 하고 있다. 물그늘 비린내만 키워내고 사람들은 키워서는 안 될 일들만 낳아기른다. 허공 맴돌다 비로 눈으로 내리는 넋들의 유언장.

 

한 이불속 등돌린 너와 나

가까워 아득하고 서러운 그가혹

아득하거나 서럽거나 가혹하단 말,

기형시를 흐느끼며 뿌려댄다.

 

쩍쩍 갈라진 손가락 시장 한 귀퉁이 달빛 파는 것 다 헤진옷 벗어 아기 덮어주고, 구멍난 으뜸부끄럼가리개로 추운겨울 건너 지하도에 앉아 초점 잃은 시선 감고 있는 동짓달 초승달보다 더 시린날.

 

니체의 신은 죽었다.’는 말도 이젠 얼어붙었다.

시리다는 말 안시리다는 말로 바뀔 때

이세상 계절 저세상 계절된다.

기형 공화국엔 기형들만 사는 게 아니라

너무도 번듯한 외형들이 기형을 만들고 있다.

 

 

 

 

 

 

 

 

 

방울새와 청노루귀와 너도 바람꽃

 

 

1

겨우내 찾아봐도 보이지 않던 것들 봄이 되니 일제히 제 목소리를 낸다.

 

방울소리를 모아 만든 비눗방울엔 어린것들만 살고 있다. 비눗방울에서 놀란 잠의키를 늘리고 음악책장을 넘기면 쪼로롱 방울소리 어린 뼈를 긁는다.

 

방울소리 울리는 고양이와 강아지와 나귀는 잠깐 빌려온 새 한 마리를 목에 매달고 가랑이 사이로 이리저리 소리를 끌고 다닌다.

 

이름만 있는 방울새, 고양이와 강아지와 나귀가 지나갈 때 마다 딸랑거리는 건 방울새 한 마리를 달고 다니기 때문이다.

 

2

청노루귀꽃 속엔 젊고 붉은 동굴이 있고 한통속으로 습기와 빛을 끌어당기는 달팽이도 있다. 나이 들면 바늘귀를 꿰지 못하는 것도 청노루귀 탓이다. 늘 귀를 씻는 푸른 청노루귀. 바늘은 온몸에 작은 귀하나 매달고 헤지거나 터진 봄의 초록그늘을 감치고 홈질한다.

 

귀가 어두워지거나 갈색이 되면 촘촘하단 말보다 듬성듬성 이란 말이 더 가깝다.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로 길어지거나 귀가 얇아진다는 것은 귀를 씻지 않은 양쪽 귀가 앞말과 뒷말을 헤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3

나도 없는데 너도 바람꽃이라니 못생긴 꽃들이 입술을 씰룩거린다. 아직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꽃씨들 바람을 타고 다니다 정착하면 그곳이 한 해 주소가 된다. 꽃봉오리 터뜨리며 폴짝폴짝 말문을 열면 흙의 주소는 미가 된다.

바람기 많은 바람꽃 수꽃이 멀리 날아가 바람을 피워 낳은 꽃을 너도바람꽃이라 이름 지었다면 꽃들은 모두 편부이거나 편모슬하다.

 

 

 

 

 

 

 

 

 

 

이서빈 시인

*경북 영주 출생

*201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저서:‘달의 이동 경로’(시집)‘저토록 완연한 뒷모습’(민조시집)

*한국 문협 인성교육위원

*국제 펜 클럽 회원

*남과 다른 시 쓰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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