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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기억하다 / 임영석 시인

한영제 기자 | 입력 : 2019/04/18 [14:35] | 조회수 : 304

 


기억을 기억하다

 

 

가마솥 밥 물이 끓어넘칠 때 솥뚜껑을 살짝 열어주어야

펄펄 끓는 물속의 쌀을 달랠 수 있다

그냥 놔두면 우르르 쌀들이 밖으로 나가려 한다

잠시 잠깐이나마 끓는 물속에서 과거를 뒤돌아 보며

제 기억을 내뱉게 해야 한다

 

종달새 울음소리 같은 봄날에 싹이 터서

아흔아홉 번 손길을 거치는 동안

기억과 기억들이 얼마나 많이 쌓였겠는가

제 기억을 토해내지 않으면 쌀이 익지 않기에

가마솥 밥은 오래오래 뜸 들여야 한다

 

어머니는 부뚜막 앞에서 부지깽이 하나 들고

가마솥 속의 쌀이 제 기억을 다 토해낼 때까지

흥얼흥얼 천둥번개 맞은 기억까지 생각하게 한다

기억을 기억하게 하면 사랑의 점막이 흘러나오기 때문에

어머니의 가마솥 밥은 항상 맛있다 

 

 

 

 

 

 

 

 

 

 

 

 

 

 

 

 

 

다큐멘터리, 펭귄

 

 

펭귄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다

어미와 새끼가 서로를 알아보기 위해 우는 울음이

어둠 속 등대불처럼 깜박깜박 빛난다

 

어미는 새끼의 울음을

새끼는 어미의 울음을

확인하고 확인하면 그때서 어미는

토악질해 먹이를 먹인다

 

추워서 어떻게 살아갈까 생각했는데

북극의 추위는 펭귄에게는 아늑한 집이다

지금까지 추위가 천적을 잘 막아왔지만

요즈음 펭귄의 집을 부실하게 지어놨는지

여기저기서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온다고 한다

 

 

 

 

 

 

 

 

 

 

임영석 시인

1961년 충남 금산 출생, 1985현대시조봄호로 등단, 시집 받아쓰기5, 시조집 꽃불2, 시조선집 고양이 걸음, 시론집 미래를 개척하는 시인이 있고, 1회 시조세계문학상, 15회 천상병귀천문학상 우수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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