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료시카 / Daisy Kim 시인

한영제 기자 | 입력 : 2019/04/22 [13:30] | 조회수 : 476

 

마트료시카
 
 
엄마는 가장 완벽한 뱃속에
나를 입주시켰어요
 
엄마와 언니 동생은 나와
시간의 무늬를 똑같이 나누었어요
 
손톱처럼 시간이 자라나
엄마를 열고 뛰어나가요
 
막 태어난 생일과 결별을 해요
어제는 지워지고
내일은 어디엔가 갇힐지 몰라요
 
같은 무늬만 남았을 때
다른 삶을 가질 수 있나요
 
엄마의 체온이 과거의 옷을 벗고
현재의 시간을 박음질해요
나는 왜 자꾸만 작아지는 미래가 되는 걸까요
 
시간을 살려주세요
 
 
 
 
 
 
 
 
 
 
 
슈가케인 보고서, 백 년을 쓰다 
 
 
국경을 넘은 한랭전선이 편적운을 몰고 태평양을 건너온다 
 
두고 온 족보가 꽃파도로 일렁이는 호놀룰루항, 어금니를 꼭 깨문 하늘은 생의 물살 위로 설탕가루 같은 유성우를 뿌려준다 
 
타국의 낱말이 벤 쓴 커피를 여물지 않은 초록 막대로 저어야만 했던 할아버지와 아버지들, 막대의 연골이 녹아내렸다 
 
이민을 연 사탕수수 한 껍질을 벗겨내면 시야 가득 상실과 고립이 발아된 청춘의 늪지와 나라의 독립이 설탕이 되어 꾸덕꾸덕 말라 붙어있다 
 
눈물마저 태워버리던 열대우림 속 
모국어로 뱉어낸 마른 숨이 잘라낸 밑동마다 끈적끈적 맺히고 먼 곳을 맨발로 건너온 노동이 떫었던 사탕수수의 숨통으로 하루하루를 동그랗게 거두어들였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들의 흰 계절은 
젖은 흙 속 사탕수수와 함께였다 
 
긴 막대마다 풀 비린내의 활자들을 익숙한 화법으로 뱉어내고, 나는 씹을수록 단맛을 우려내던 그 끝없는 노동의 하얀 결정체를 받아 적는다 
 
해안선의 즐비한 녹색 막대를 따라가다 보면 갤릭호*가 들어오던 바닷길로 연결되고 설탕으로 밀봉된 독립자금을 나르던 물너울은 사탕수수의 뿌리에 닿아 하나로 이어지려는 내 핏줄이다 
 
그 설탕 길로 햇귀 같은 봄이 다시 
들어오고 있다 
 
 
* 최초의 하와이 한인 이민선


 

 

 

 

 

 

 

Daisy Kim (데이지 김) 시인

국보문학 신인상 수상

현대시선 작가협회 정회원

사단법인 한중문예진흥원 해외동포 글짓기 공모전 은상 수상

현대시선 동인지(가을편지.수레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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