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모과나무 / 성금숙 시인

한영제 기자 | 입력 : 2019/04/23 [03:02] | 조회수 : 211

 


아직도 모과나무

 

 

애인이 생기면

꽃들은 

알아서 피지 


기다리지 않아도

소식이 오고

문이 열리고 

불이 켜지지 


애인은 둥근 웃음을 

허허허

허공에 매달아 주는 사람      


그 근처쯤에서

맹목은 거미줄에 걸리지    


가출한 여자를 기다리는 옆집 아저씨

멀어질수록 불어나는 고 근방에서 

하염없이 서성거리지 


걸쇠를 모두 풀어놓고 

문이란 문은 전부 열어놓고

불이란 불은 죄다 켜놓고 


헛것처럼 썩은 모과 두어 알 달고 서서  

생각하는 자세로 늙은

아직도모과나무












훔쳐 쓰다

 

 

초록이 죽고 

초록이 번진 


풍경을 훔쳤다   


내막 없는 슬픔처럼 아름답게

서어나무 가슴에 뻥 뚫린 구멍

  

벌레에 잠식당한 

둥근 무늬들

  

못 자국처럼 몸에 파인 

네 흔적을 실크로 가렸다

은폐할수록 그곳에 발이 빠져서 

소멸되고 있을 때 


숲에서 벌레에 먹힌 서어나무 구멍이

이끼를 키우며 사는 것을 보았다

     

죽음의 생기를

북돋는 숨소리 

   

그 풍경을 훔쳐서 

내 몸속에 지녔다


훔친 생기를 수시로 나의 표정에 썼다 

발칙하게

나는 점점 발랄해지고 있다 

    

 

 

 

 


성금숙 시인

2017년 계간 <시산맥>으로 등단

  • 도배방지 이미지

시집 소개

더보기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