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비눗방울 / 권영옥 시인

한영제 기자 | 입력 : 2019/04/25 [09:25] | 조회수 : 324

 

 

푸른 비눗방울

 

 

먹구름이 내려앉은 수돗가,

엄마가 몸을 일으키는 일은 거품 불기뿐이죠

사람은 흰머리 날 때부터

입과 식도 사이

완충지대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 거품을 분다는 말,

입에서 거품이 부글거리네요

 

소생할지 모를 뼈의 힘

구름 아래 몸이 몸을 낳는 환상,

 

갑자기 줄에 앉은 제비가

엄마 몸이 기우는 것을 하늘로 알릴 때

빨랫줄에 걸린 홑이불이 떨어졌어요

손등에도 줄기가 기고 푸른 수국이 피어났고요

성서 어느 한 줄에도

육신을 스스로 거두는 일은 없다고 하던데요

 

엄마어느 하늘역을 지나고 있나요

거품이 사라졌으니 태어나겠지요

 

수국 피는 계절이면

대야에 거품 풀어놓고 가만, 머리를 흔들어요.

 

 

 

 

 

 

 

 

산다는 일

 

 

길이 얽힌 시장엔 무지개배가 떠 있어요

당신은 약국을 빠져나가

왈츠가 흐르는 플로어에 서 있죠

 

폰을 들여다보나요?

바깥엔 바람이 불고 차양이 찢어지고

바지를 끌어올리는 취객의

술독까지 녹이느라

얇은 입술로 화살을 쏘아댔어요

 

경계를 벗어난 왈츠는 감미로운가요?

 

죽음의 수가 무엇이든

은빛 날개를 펼쳐야 하는 이들이 있어요

당신은 제 몸이 파손된 줄도 모르고

또 발밑 물소리를 가르치네요

 

왈츠가 끝날 무렵

그들은 그들의 무지갯빛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당신은 낮달 아래서도 헛발질을 하네요

 

연말연시,

당신은 무엇을 놓쳤다고 생각하세요.

한 계절 과녁의 색이 진했다는 느낌도요

 

 

 

 

 

 

 

 

권영옥 시인

경북 안동 출생, 아주대학교 대학원, 문학박사

2003 시경작품 활동 시작, 2006 현대수필등단

시집 계란에 그린 삽화, 청빛 환상,

연구서 구상시의 타자윤리 연구, 시론서 한국현대시와 타자윤리 탐구

2006 경기문화재단 창작기금 수혜 및 2017년 두레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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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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