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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인 여름 / 유성애 시인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04/29 [04:09] | 조회수 : 250

 

▲     © 시인뉴스 Poem



진보적인 여름

 

 

칠월의 대낮

'' 소리에 놀라 고갤 돌렸다

 

달궈진 콘크리트 바닥엔

꽃 한 송이가 떨어져 있었다

 

폭염의 기세를 업고

도시의 담벼락마다 능소화가 창궐하는 중이었다

 

하늘로 뻗어 있는 초록 넝쿨을 보았을 뿐

떨어지는 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흐트러짐 없이 반듯한 꽃의 자태를 놓고

누군 추락이라 했고

누군 투신이라 했다

 

들끓는 소문을 잠재우려는 듯

매미들의 아우성만 날로 거세졌다

 

넝쿨은 여전히 무한 직진을 꿈꾸고

태풍마저 쭈볏쭈볏 염천의 도시를 비껴갔다

 

우리는 발 동동 구르며 남은 꽃을 걱정했다

이내 살얼음 같은 여름이 시작되었다

 

 

 

 

 

당신이 그 곳에 가야 하는 이유

 

 

분화장에 립스틱까지 곱게 바른

당신이 무사히 전용차에 탑승합니다

관절염이 도진 무릎과

새로 산 보청기로도 시원챦은 두 귀와

밤새 치근대던 불면증일랑

모르는 척 흘리고 가도 좋습니다

 

맨손 체조는 매번 허공에서 길을 잃지만

손자얼굴 그리기는 눈 감고도 할수 있습니다

손바닥 펴고 단풍잎 그리기가

매일 아침 눈썹그리기보다 더 쉽습니다

 

도화지 위 단풍나무 한 그루가 얼룩덜룩 물들어가고

감나무 하나 남은 이파리마저 맥없이 떨어져버려도

당신은 매뉴얼대로 잘 관리되고 있습니다

먼 산만 바라보던 당신이

햇살을 서쪽 창가로 끌어당기기 시작할 때부터

시간은 더디게 흘러갑니다

 

오늘은 미세먼지 때문에 생일축하 노래가 여러번 끊겼습니다

아흔 번째 생일 케익 촛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습니다

 

촛농처럼 말간 미소를 머금고

당신이 주간보호센터에서 돌아오는

오후 다섯 시

나의 저녁은 환하고도 캄캄합니다

 

 

 

 

유성애 시인 약력:

 

_광주 출생

_2016 <문학의 오늘>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_시집 <세상 모든 우산은 잃어버릴 우산이다>(2017, 시인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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