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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자꽃 설화 / 박규리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05/01 [21:09] | 조회수 : 800

 

▲     © 시인뉴스 Poem



치자꽃 설화

 

박규리

 

 

사랑하는 사람을 달래 보내고

돌아서 돌계단을 오르는 스님 눈가에

설운 눈물방울 쓸쓸히 피는 것을

종탁 뒤에 몰래 숨어 보고야 말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법당문 하나만 열어놓고

기도하는 소리가 빗물에 우는 듯 들렸습니다

 

밀어내던 가금은 못이 되어 오히려

제 가슴을 아프게 뚫는 것인지

목탁소리만 저 홀로 바닥을 뒹굴다

끓어질 듯 이어지곤 하였습니다

 

여자는 돌계단 밑 치자 꽃 아래

한참을 앉았다 일어서더니

오늘따라 엷은 가랑비 듣는 소리와

짝을 찾는 쑥국새 울음소리 가득한 산길을

휘청이며 떠내려가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멀어지는 여자의 젖은 어깨를 보며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인 줄 알 것 같았습니다

 

한번도 그 누구를 사랑한 적 없어서

한번도 사랑 받지 못한 사람이야말로

가장 가난한 줄도  알 것 같았습니다

 

떠난 사람보다 더 섧게만 보이는 잿빛 등도

저물도록 독경소리 그치지 않는 산중도 그만 싫어,

나는 괜시리 내가 버림받은 여자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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