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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명상 / 정호영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05/02 [23:03] | 조회수 : 178

 

▲     © 시인뉴스 Poem



몸의 명상

정호영

 

산새가 물고 온 새벽이 살 속으로 파고든다

몸은 지평선을 가부좌로 깔고 앉아 있다

산처럼 무거워졌다가

깃털처럼 두둥실 날아오른다

연둣빛 들판도 황톳길도 물소리도

몸속을 휘젓고 숨구멍을 열어 젖힌다

 

더듬거리며 가는 낯선 길

내 안에서 또 다른 나의 길을 찾고 있다

호랑이 되어 네 발로 기다가

팽이처럼 돌다가 나비로 날아 오른다

마음의 바닥은 거북이 등처럼 갈라지고

빈 몸이 신기루처럼 앉아 있다

시간의 틈새로 온갖 바람의 소리가

우주의 초침을 끌고 간다

 

내 안에 가득한 환희의 한 숨결이

하늘을 밀고 간다

 

 

 

 

점액질의 혀

정호영

 

내 가슴 아래 물과 불 사이

두꺼비 한 마리 웅크리고 있다

서까래 같은 갈비뼈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고

아픔 속에서 반짝이는 문장들

점액질의 긴 혀를 말아 동굴 속에 가두고 있다

 

야성의 본능이 저항도 없이 제 그림자에 갇혀 있다

끝내 시가 되지 못한 문장들

붉은 신호 푸른 신호도 없는 건널목에서

노란 점박이로 깜박이며

꽃피지 못한 시들이 시들고 있다

 

간절함은 때로 균열을 만든다

 

가뭄 고개에 논바닥 갈라지듯이

거북이 등처럼 노란불이 갈라지기 시작한다

그 틈 사이로 빗물이 스며들고

바람이 지나가고 구름이 지나가고

오랜 어둠이 파란불로 출렁거린다

 

개똥지빠귀 깃털에서 물소리 흐르듯

혈맥의 심장을 건너오는 달빛의 발자국

봄비를 밟고 오는 홍매화 한 송이 꺾어

거미처럼 시를 짜고 있는 봄날이다

톡톡 손끝에서 봄이 피어나고 있다

 

 

 

약력

서울시인협회 양평문협 회원

월간 See 후원회원

2015년 미지산 문예지 시부문 최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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