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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놓고 가십시오 / 김명림 시인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05/08 [04:06] | 조회수 : 164

 

▲     © 시인뉴스 Poem



내려놓고 가십시오

 

 

 

 

 

밤새 허공에 아파트 몇 채 짓다 새벽안개

뿌옇게 길 지우는 산에 오르네

잠 덜 깬 망초꽃

이슬로 세수하다 뜨악한 얼굴로 쳐다보고

운동 나온 남실바람

어깨 툭 치고 지나가네

소화되지 않는 바윗덩이 안고

한 발 또 한 발 가파른 돌계단 오르는데

산 중턱에서 들려오는 목탁 소리

부처님 앞으로 인도하였네

염주 돌리는 횟수가 빨라질수록 가벼워지는 몸

삼천 배가 끝나고서야 부처의 미소와 마주할 수 있었네

-보살님, 모두 내려놓고 가십시오

白蓮을 닮은 비구니 스님, 한 말씀하시는데

마음속 바윗덩어리 꺼내놓고 보니,

그대 죽을 만큼 사랑했던 마음이었네

해우소에 들려 찌꺼기까지 모두 비우고

가벼운 걸음으로 안개 걷힌 산에서 내려오는데

곱게 화장 마친 망초꽃 말갛게 웃는 얼굴로 반겨주고

남실바람 뒷짐 지고 허허 웃는

햇살 환한 하루가 시작되었네

 

 

 

 

 

 

 

어떤 재회

 

 

 

 

 

덥수룩한 수염

찌든 때만큼이나 무거운 외투를 걸친

한 사내가

툭 툭 눈을 털며 작은 서점으로 들어선다

나이보다 앞서간 세월을

풀어진 눈동자에 가득 담고

긴 항해를 끝내고 막 도착했는지

바다의 비릿함이 묻어난다

어디서 본 듯한 저 눈빛!

오래 접어두었던 책갈피 속 단풍잎처럼

이미 퇴색해버린 기억 저편 시간이

갈기갈기 부스러져 흩어진다

파르르 떠는 여종원의 손끝에서

시집 몇 권이 빠져나가며

서로의 눈동자가 마주친다

밖으로 새어나가는 불빛 속에

함박눈은 펑펑 내리고

추억을 망각한

사내의 발자국이 또렷이 남는다

 

 

 

김명림 시인 약력

 

2011열린시학등단, 시집 어머니의 실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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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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