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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문설방(竹門說方) / 문설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05/08 [04:11] | 조회수 : 177

 

▲     © 시인뉴스 Poem



죽문설방(竹門說方)

문설

 

 

 

4월과 5월에 내리는 비를 좋아하는 것은

대나무의 오랜 습성이다

 

두껍게 비 비린내가 올라오면

땅의 심장은 날카롭게 곤두선다 바람도 불지 않는데

대나무가 눈썹달처럼 휘어지는 건

무림의 고수들이 낭창낭창 싸움을 하기 때문이다

쉽게 모습을 감추고 가볍게 날아다니는

댓잎에 무사의 칼날이

맹렬히 떨어진다

 

주인공은 어느 순간 어느 장면에 죽을까

끝없이 원수를 찾아 세상을 떠돌거나

피로 물든 칼을 바라보다

스스로 허무를 버리는 것은 아닌지

 

무림의 배후를 조작하는 화면의 조명처럼

칼춤은 어둠의 유형이다

 

베면 베이리라

태어나자마자 적의 칼날이 지나간 죽순은

죽문이 섬기는 금과옥조다

위험을 알아차릴 새도 없이 허망하게

목이 잘린다 압축된 마디마디

양장피 속에 가지런히 누워있는

 

너의 원수는 누구인가

 

 

 

 

 

   

몰두

문설

 

 

 

술병을 뒷주머니에 꽂은 사내의 등이 휘어진다

 

가뭄으로 낮아진 수위의 겹들

 

낚시꾼 몇 가끔씩 일어섰다 앉았다 한다

 

오리배가 맴돌다

 

저수지를 끌어안는다

 

사내가 종이컵에 술을 따른다

 

자세를 고쳐 앉고 다시 모자를 눌러쓴다

 

담배만 물고 있다

 

아버지는 저수지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내가 어떤 생각에 몰두하는 사이

 

사내도 낚시꾼도 사라졌다

 

폭염이 엇갈린

 

저수지는 다시 모르는 풍경이 되어갔다

 

 

 

 

 

 

 

 

문설 2017시와경계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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