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남 시집 해설

제한적 공간을 치유하는 종교적 세계관 / 박현솔(시인, 문학박사)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05/09 [17:08] | 조회수 : 173

 

▲     © 시인뉴스 Poem



이승남 시집 해설

 

 

제한적 공간을 치유하는 종교적 세계관

 

박현솔(시인, 문학박사)

 

 

요즘의 서정시는 전통적 서정시와 같은 경향이긴 하지만 비쳐지는 현상과 작품에 내재된 의미가 사뭇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시를 쓰는 시인이 오롯이 자신의 개인적 감정이나 자연과의 교감만을 쓰는 것이 아니라 복잡해지고 다양해진 현대인들의 삶을 반영하는 복잡다단한 시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복잡하고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의미망이 여러 갈래로 얽혀있는 어려운 시들보다 쉽고 재미있게 자신의 스트레스나 얽힌 생각들을 풀어줄 도구로서의 시를 요구하게 된다. 물론 독자층의 요구대로 현대시는 다양한 활로를 모색하고는 있지만 온전히 독자의 입맛만을 생각하는 시를 써낼 수 없는 것이 시인들의 애로사항일 수도 있다. 시는 예술의 한 장르로서 개성에 따른 미학을 추구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자와 시인은 완전히 일치할 수 없는 어느 정도의 사이를 두고 평행선을 유지하며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번에 첫 시집을 내는 이승남 시인 역시 현재의 서정시를 자신만의 미학을 추구하면서 개성 있는 문체로 구사하고 있다. 그녀의 시들은 과거의 서정시와는 다르게 한층 업그레이드된 서정시의 표본으로 구현되고 있는데 그것은 그녀의 시가 단순한 감정의 해소나 자연과의 일체감에만 제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은 시인이 첫 시집을 내면서 유년의 기억들과 상처들을 계획성 없이 풀어놓는 경우가 많은데 이승남 시인은 그것들을 일정한 한계선 안에서만 풀어놓으며 대부분의 시편들을 은유적 사고체계를 주로 하는 서정시로 잘 짜인 구조로 드러내고 있다. 거기에 많은 부분을 소외된 존재와 타자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역사적 사실을 깊이 있게 형상화하고, 때로는 자본주의의 속성을 드러내어 사람들의 소외감과 비애를 사실적으로 구현한다. 그리고 개인적인 측면에서 육체적인 한계를 경험하고 있는 것을 솔직담백한 심정으로 서술한다. 그녀는 대상과 사물에 대한 따뜻한 믿음이 있고 긍정적인 사고로 삶을 바라보는 것이 이미 습관화되어 있는 듯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비유와 상상력이 뛰어나고 감각과 직관이 발달되어 있어서 어떤 소재와 주제가 좋은 시가 될 만한 것들인지 본능적으로 감지해 낸다.

인간은 시간적인 존재이고 제한된 시간을 살다가 사라져 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육체에 질병이 드나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또한 질병은 기억과 무의식을 넘나들면서 인간의 사고를 단련시키고 현재의 삶을 성찰하게 하고 생의 의미와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다소는 견디기 힘든 증상을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겪으며 고난 속에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 같은 이승남 시인 역시 자신의 생에 찾아오는 매 순간의 위기를 혼자서 참고 견디는 미덕을 작품의 면면에서 보여주고 있다. 또 그런 상황에서도 힘겨운 자신을 살펴주기를 바라기보다 상대를 먼저 배려하는 성품의 면모가 작품 여러 곳에서 보이기도 한다. 그녀가 2010년에 계간 󰡔시산맥󰡕으로 등단한 이후 9년 만에 내는 이 첫 시집은 그러한 육체적 한계 속에서도 제한된 시간의식을 갖게 된 과정과 상처를 어루만지는 말씀을 새기게 된 이유, 자연에 의탁하여 몸과 마음을 치유 받으면서 그로 인해 더 큰 영적 존재를 경외하는 모습까지 다양하게 비쳐주고 있다.

 

1. 통증의 출현과 알약의 은유

 

푸른 온도가 높아지고

기절하는 순간이 툭하고 떨어진다

불가사의에 대해 제대로 공부한 적 있었나

아픈 것들을 공부한 적 있었나

몸은 어떤 허기를 지나가기에 통증을 받아먹기만 하나

미적분의 내종(內腫)

왜 한 번도 우수수 떨어지지 않나

 

여우 꼬리가 흔들릴 때마다 들이 밖으로 나간다

닫힌 문틈으로 애벌레가 기어들어오고

뾰족한 부리들이 콕콕 집어먹고 있는 통증

어떤 통증에서 부화한 나방들이 신경 속을 날고 있나

 

너무 오래 혼자 아프다

근처 성당의 종소리들이 문병을 다녀간다

생사(生死)를 버린 지 오래 됐다

애벌레들이 입 냄새로 기어 나오고 그것들은

진화한 소리를 갖고 있다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가끔 이 아닌 알약들의 이름에게 기도할 때가 있다

전지전능한 약효에게 살뜰하게 말 걸 때가 있다

한낮의 뜨거운 이마를 짚고 있다가

손을 바꿀 때

안 아픈 곳이 있긴 있었구나,

손을 오래 내려다보는 때가 있다

 

- 여우야 여우야전문

어느 날 갑자기 화자의 몸을 습격한 통증은 신경을 건드리면서 나방들이나 애벌레들로 인식되는데 몸의 약한 곳에 파고드는 이 환상 속의 곤충들은 내종(內腫)로부터 온 것들이다. 그리고 화자가 안부를 묻는 여우는 다름이 아닌 알약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죽을 듯이 몰아치는 통증을 겪으면서 화자가 느끼는 구원의 신은 바로 이 알약들이다. 그러기에 알약이 약효를 잘 발휘하도록 살뜰하게 말을 걸어주고 구슬려서 옥죄어오는 통증으로부터 벗어나야만 한다. 화자에게 통증은 신체 어느 한 부분의 문제가 아닌 몸 전체의 문제로 확장되는데 퓨즈 같은 기억은 어느 곳에다 꼽아도/감전이 묻어있다/퓨즈가 나간 캄캄했던 기억을 서둘러 닫는 날들/저 쪽 숲에 퍼지고 있다/제 몸들 서로 부딪혀 껍질 벗겨진 전선줄처럼/나무들이 먼 곳으로 소리를 날려 보내고 있다//먼 곳으로 떠났던 몸의 통증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작은 소리만 앞을 기웃거려도/서둘러 잠그는 몸의 문//숲은 모든 플러그를 뽑고 캄캄하다(플러그)에서 몸의 모든 세포와 신경들이 통증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보인다. 이러한 통증에 대한 화자의 강박은 시 캡슐 속 여우가 있었네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통증은 어떤 딱총으로도 사살되지 않을 것이기에/서랍 속을 더듬거렸다/껍질이 벗겨진 캡슐 속에 여우가 아홉 개의 눈알을 굴리며/서서히 입속으로 들어와 미끄러지듯 혈관 속으로 파고든다에서 통증을 잡을 수 있는 알약이 캡슐속에 있고 이것은 여우의 화신이 되어 화자의 삶속에 투영된다. 여우는 예로부터 사람을 홀리는 영물로 신체 중에서 가장 미묘한 작용을 하는 것이 꼬리인데 여자가 변신과 술수에 능할 때 꼬리 아홉 달린 여우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다른 시 여우꼬리를 물고 늘어지다에서 신호등처럼 늘 가리킴이 없어도 이파리 하나 둘/툭 떨어져 내릴 때 달리던 걸음을 멈추는 것/울타리 너머의 가로등이 너무 어두워 못되었구나/하는 생각, 생각은 여우꼬리를 물고 늘어지다/눈알이 벌건 여우가 되어, 여우로 또 하루를 사는 것에서도 몽상처럼 생각의 릴레이를 이어가면서 다양한 세계로 진입하고 있는 화자의 자취를 보게 된다.

 

2. 소멸의 시간으로서 저녁의 시간

 

저녁은 스르륵 어스름을 넘어와 담장이 되기도 한다

아무 경계가 없다는 것도 모르고 저 혼자 담장이 되는 어둠

정다운 것들 다 그 담장 밖에 서 있고

가끔 시간이란 밝아지지 않는 어두운 담 같다는 생각도 들고

 

숲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던 어스름 나무들의 이름이 지워져 모두 숲이 되던 것을 기억한다면 늦은 목소리를 기억 하는 건 어렵지 않고 채마밭에서, 뒤란에서, 혹은 잠결에서 들리던 목소리 손발에 흙이 묻어있던 목소리

 

밥 냄새가 온 힘을 빼놓던 저녁이 있었고 애호박처럼 숨길 좋아하던 결식의 날들과 멀기만 하던 곡식이 익어가는 철

 

허기가 곤두선 수북한 털의 개가 자꾸만 귀를 털어내던 저녁

 

피안이 저녁의 담을 스르륵 넘어온다

오래 걸어왔으나 한 번도 앞서 간 적이 없는 저녁

목 밑까지 자란 세월을 끌어 덮고

이불 밑 어둠속에서 나직이 불러보면 가끔씩 들리는 저녁의 늦은 목소리

 

- 저녁의 늦은 목소리전문

 

위의 시에서는 화자에게 육체가 제한적인 것만큼 시간도 영속적으로 흐르지 않는 제한된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제한적인 시간 속에서도 만물이 저물어가는 저녁의 시간은 화자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사유의 근간이 된다. 저녁의 시간은 대부분의 시인들에게는 많은 것들이 깨어나는 시간이고, 사유가 확장되는 시간이고, 상상과 환상이 꿈틀대는 시간이다. 이승남 시인의 시 속 화자들은 이 저녁의 시간에 정다운 것들 다 그 담장 밖에 서 있다고 말하고 있고, “시간이란 밝아지지 않는 어두운 담 같다는 고백을 하고 있다. “정다운 것들과 화자를 가로막는 것은 어둠이고 이 어둠에 속해있는 화자는 그것에 둘러싸여 빠져나갈 수가 없을 것 같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인간은 편안하고 기분 좋은 상태일 때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느끼고, 몸과 마음이 불편할 때 시간이 더디게 가는 것처럼 느끼는데 지금 화자의 심리 상태는 후자에 속해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화자는 저녁의 늦은 목소리를 감지하고 이를 느끼고 귀를 기울이면서 목소리의 진원지를 생각한다. 그 목소리는 채마밭에서, 뒤란에서, 혹은 잠결에서들리거나 손발에 흙이 묻어있기도 한 그런 목소리이다. 현실인 듯 꿈인 듯 화자에게 들려오는 이 목소리의 주체는 누구일까. 그것은 숲의 나무들이 내는 소리일 수도 있고, 무의식 속 누군가의 목소리일 수도 있다. 그 정체가 뚜렷하지 않은 저녁의 늦은 목소리를 들으면서 화자는 피안을 생각하고 있다. 피안은 진리를 깨닫고 도달할 수 있는 이상적인 경지를 의미하는데, 이 저녁의 늦은 목소리는 이상적 경지로 화자를 인도하는 어떤 영적인 목소리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저녁의 늦은 목소리가 언제나 들리는 것이 아니라 화자가 어둠 속에서 나직이 불러보면그때에 들린다는 것에서 더욱 분명해지는 것은 화자가 피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무의식중에 불러내는 어떤 목소리로도 보인다.

또한 시인에게 저녁의 시간은 몸의 생기와 에너지가 다 빠져나가는 소멸의 시간으로 인식되기도 하는데 몸에서 몰려 나가지 않는/이 짭짤하고 비릿한 등 푸른 병()/싱싱한 멸치 떼들 굳어지고 있는 평상에 누워/꾸덕꾸덕 말라가는 하염없는 귀로를 생각해 보는데/어느 종()의 도감 몇 페이지쯤 뜯겨져 나간/부분들이/자작나무 그늘로 어둑어둑 해져 가고 있다/그 많던 물살이 다 새고 있는 자작나무의 저녁(자작나무 저녁)에서도 그러한 시간의식이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다른 시 푸른 돌에서도 셀 수 없는 시간을 견디고 나면/푸른 한때를 걸칠 수 있는 것인가/오직 풍화만이 꽃피워 낼 수 있는/푸른 돌에서 소멸과 생성의 자연현상에서 소멸의 순간을 지나고 있는 화자의 시간을 자각하고 있는 것이다.

 

3. 자연에서의 치유와 초월적 세계관

 

죽어가다 살아나는 것

살아나다 죽어가는 것

모두가 하나의 실체인 것

 

액자 같은 테두리에 갇혀 온전히 내어 주고

틀 안에서 부화되어 나비가 되는 것

 

세상이 숲처럼 디자인되길 바라는 건

나만의 추상일까

썩은 사과의 흠결을 싹둑 잘라내고

완전한 사과를 먹어야 하는 거

그건 너무 고독하지 않은가

 

꿈틀꿈틀 살아내는 길

자아로 오르는 지름 1밀리미터의

시작점이어도

매일 신선하게 출발할 것이다

 

- 살아간다는 것은전문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자주 헤맨 사람들은 생과 사가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고통의 막바지에서 죽었는가 싶으면 살아나고 살았다고 방심하는 순간 다시 죽음의 그림자와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긴장이 연속되는 시간 속에서 인간은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고 더 큰 존재로부터 위안 받기를 원한다. 아무런 대가없이 무조건 받아주는 대자연의 품은 그래서 소중하다. 이 시의 화자 역시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 그대로 자연으로 다가가서 두려움과 고통에 떨었던 마음을 꺼내놓고 위로를 받는다. “평온의 여유를 가지고 싶다면/초록의 힘을 빌리자//가지가 무성한 그의 품은/한참을 기대도 좋고//가슴이 먹먹할 땐/우람한 그의 심장을 기억해봐//()수면의 요정 어리연꽃처럼/고요히 기대봐/잠자던 너의 심장이 뛸 거야(초록의 힘)에서 자연에 마음을 여는 방법과 이를 통해서 새로운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자연의 공로에서도 타는 듯 바삭거리는 초여름을/잘도 견뎌주는 텃밭의 작물/노란 꽃을 피우고/하얀 꽃을 피우며 기쁨을 준다에서 일상 속의 작은 생명들로부터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있는 화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또한 생활의 공간을 떠나서 자연으로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된다는 것을 노래하는 시 위로의 시간이 있다. “도시의 집을 떠나 쏟아지는 빗속을/아득히 헤엄쳐 온 시월 어느 날//허공의 통로에서 내게 각인된 공간에/한 문장의 위로의 말을 달아놓고/내내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날을 기억해야지이것이 지상의 자연으로부터 받는 위로라면, 다른 시 숲을 보며에서는 치유의 공간이 하늘로 이동하는데 숲의 괄호가 열리고 닫히는/그 찰나의 순명은 거역할 수 없는 잠언이 되고/꽃잎이 피기 전 봉우리의 떨림처럼 가슴을 쓸어안을 때//저기 어디쯤,/정물처럼 앉아 신록의 품에 볼을 부비곤/언젠가 유년의 그림자와 걷던 좁은 오솔 길/그 길 너머의 나지막이 보이는/하늘 숲을 생각하는 것이다는 현실을 초월한 하늘 숲을 바라보는 사유의 확장을 감지하게 된다. 이러한 초월적 세계관은 더 나아가서 초월적 존재에게로 뻗어가고 이는 화자의 깊은 믿음과 연관이 되어 있다.

 

4. 잠언의 깨달음과 신을 향한 무한 신뢰

 

산다는 것은

함박눈이 세상을 덮는 것과 같은 것

때론, 예보에 어긋나게 쏟아지는 장대비

장대비도 재앙처럼 내린다는 것을

고열이 날 때 비로소 알았지

 

세상에 나와 어긋나는 생을

수없이 걷는 것

돌아보면 쏟아지는 장대비보다

더한 생을 살고 있다는 것

촉촉하게 은은하게 살기를 바라지만

참 어렵다는 것

 

때론, 군인처럼 견뎌야 하고

예수님처럼 고뇌와

고통 속에서도 기도해야 하고

사막의 고목처럼 버텨야 하고

쓰디쓴 잔을 기울이며 인내해야 하고

내 어머니처럼 살아야 하고

아버지의 쇳덩이 같은 어깨처럼 무거움도

지고 걸어야 하는 것

 

때론, 우리에게 푸른 하늘이

가까이 있기에 푸르게 물들여지고

어둔 밤 달과 별빛 아래 사색에 물들여지고

새벽이면 떠오르는 정열의 태양처럼

살아가는 것

 

그래서 살고 살아내니 좋은 것

 

때론,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고

조용히 허공 속으로 들어가

금이 간 무릎을 쓰다듬으며

잠언을 기억하고픈 깊은 밤

찬 이슬이 대지를 다독다독 덮고 있다

 

- 때론전문

 

이 시는 화자가 종교적인 깨달음을 얻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화자는 종교적인 삶 이전과 이후를 잠언을 통해서 구분 짓고 있다. 잠언을 읽기 전에는 세상에 나와 어긋나는 생을/수없이 걷는 것쏟아지는 장대비보다/더한 생을 살고 있다는 것을 체험적으로 깨닫는다. 그것은 어머니아버지의 삶 그리고 예수님의 삶을 통해서 구체화된다. 화자는 때로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고” “잠언을 기억하고싶어 하는데 잠언의 지혜를 통해서 과거의 잘못을 교정하고 이전보다 더 의미 있고 새로운 생을 살고자 하는 의지를 엿보게 한다.

잠언은 성경의 일부로 하느님 앞에서 세상을 바르게 살아가는 지혜를 가르치는 말씀이 주가 된다. 그 내용은 그리스도인으로서 도덕적이고, 정직하고, 의로우며, 선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내용을 묵상하고 실천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인생의 목적이 달라지고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화자는 잠언을 읽고 묵상하면서 이전의 부정적이던 사고가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세상의 모든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화자에게 희망을 주는 하늘, “, “별빛, “태양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고통을 극복하며 살고 살아내니 좋은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특히 태양에 대해서는 종교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기도 하는데 푸른 언덕 위로 불끈 솟아오르는 찬란한 빛/우리네 오가는 길목으로 제 마음 다 부려주고/오직 침묵으로 다가와 주는 뜨거운 힘/()두 손 모으는 고요함에서 당신을 만나는 시간/여린 심장이 쿵, 쿵 뜁니다(그의 힘으로 사는 것)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면서도 온유하고 따뜻한 태양에게서 만물의 창조주이신 절대자의 기운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간절한 기도의 시간에 신을 만나는 순간을 경험하기도 하는데 신을 만나는 건 과분한 은혜이지/익숙한 듯 어설픈 듯 신()을 만나는 시간/어떤 상념도 필요치 않네//이끌림대로 가까이 다가서면 오감으로 만나게 되는/나의/하느님이시기 때문이네(신을 만나는 시간)에서 화자의 영혼을 강하게 붙드신 하느님께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다양한 시세계를 가지고 있는 이승남 시인의 시들을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하나의 주제로 살펴본 이유는 그녀의 시가 갖고 있는 다양함 중에서도 일괄되게 흐르는 사유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 사유의 뿌리들은 여러 갈래로 뻗어가면서 삶을 엮어내고 그녀만의 시의 역사를 만든다.

이승남 시인은 육체의 한계에 부딪치는 경험을 통해서 인간의 한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고, 고통의 사유를 시로 풀어내면서 삶을 긍정적으로 전환시키는 법을 깨달은 시인으로 보인다. 그녀가 아픔으로 인해 고통의 실을 짜서 세상에 내어 놓을 때 그녀의 시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아름다운 결정(結晶)이 되기도 한다. 이승남 시인의 이번 시집의 특징은 인간 존재로부터 시작된 사유가 대자연과 초월적인 종교적 세계관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방법론적인 면에서의 실험이 아닌 사유의 확장으로 탄탄하면서도 광활한 시세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러한 면모가 앞으로의 시적 성취에 더 큰 기대를 갖게 한다. 오늘날 시가 죽었다고 탄식하는 시문학의 현실에 진한 감동을 주는 시인이 되기를 바라면서 끊임없는 그녀의 오롯한 정진을 응원한다.

 

 

 

 

표사글

 

이승남 시인은 육체의 한계에 부딪치는 경험을 통해서 인간의 한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고, 고통의 사유를 시로 풀어내면서 삶을 긍정적으로 전환시키는 법을 깨달은 시인으로 보인다. 그녀가 아픔으로 인해 고통의 실을 짜서 세상에 내어 놓을 때 그녀의 시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아름다운 결정(結晶)이 되기도 한다. 이승남 시인의 이번 시집의 특징은 인간 존재로부터 시작된 사유가 대자연과 초월적인 종교적 세계관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방법론적인 면에서의 실험이 아닌 사유의 확장으로 탄탄하면서도 광활한 시세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러한 면모가 앞으로의 시적 성취에 더 큰 기대를 갖게 한다. 오늘날 시가 죽었다고 탄식하는 시문학의 현실에 진한 감동을 주는 시인이 되기를 바라면서 끊임없는 그녀의 오롯한 정진을 응원한다.

 

-박현솔(시인, 문학박사)

 

 

 

 

 

 

 

 

 

 

 

 

 

 

 

 

 

 

 

 

 

 

 

 

 

 

 

-약력

 

이승남

강원도 횡성 출생

국립한경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과 졸업

2010년 계간시산맥신인상으로 등단 및 회원

시집<물무늬도 단단하다>

경기시인협회/한국시학 회원 및 이사

수원시인협회 회원 및 이사

동시 짓기와 논술강사

한국문인협회 회원

마음의 행간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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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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