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물무늬도 단단하다 / 이승남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05/09 [17:20] | 조회수 : 217

 

▲     ©시인뉴스 Poem

 

 

물무늬도 단단하다

 

 

 

새벽을 슬레이트지붕처럼 접어 호숫가로 갔어요

접혀진 새벽을 펼치자

오므라든 호수는

단단한 막이 걷히고 바람이 물무늬를 흔들어놓네요

 

이른 새벽 숲은 아우성으로 최고의 발정이 일어나요

정말 까투리의 절대적 저항이 눈부시군요

,

그렇지만 염려말아요

경계가 그리 쉽게 무너지겠어요

 

당신 입술은 장미

그리 호락하지 않을 거란 걸 알지만

보셔요,

부푼 배꼽과 부푼 젓 가슴을 어쩌겠어요

이 계절을 품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군요

 

단단한 물무늬를 비집고 하늘이 들어앉았네요

구름이 물살을 가르며 흘러가요

하늘의 심장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네요

내일이면

등이 굽은 새우아제가 쉬리를 만나 장가를 가요

 

그러니,

초대장 보내요

날짜는

당신이 제일 먼저 상현달을 따라와 눕는 그날 입니다

 

 

 

 

여우야여우야

 

 

 

푸른 온도가 높아지고

기절하는 순간이 툭하고 떨어진다

불가사의에 대해 제대로 공부한 적 있었나

아픈 것들을 공부한 적 있었나

몸은 어떤 허기를 지나가기에 통증을 받아먹기만 하나

미적분의 내종(內腫)

왜 한 번도 우수수 떨어지지 않나

 

여우 꼬리가 흔들릴 때마다 들이 밖으로 나간다

닫힌 문틈으로 애벌레가 기어들어오고

뾰족한 부리들이 콕콕 집어먹고 있는 통증

어떤 통증에서 부화한 나방들이 신경 속을 날고 있나

 

너무 오래 혼자 아프다

근처 성당의 종소리들이 문병을 다녀간다.

生死를 버린 지 오래 됐다

애벌레들이 입 냄새로 기어 나오고 그것들은

진화한 소리를 갖고 있다

 

여우야여우야 머 하니?

가끔 이 아닌 알약들의 이름에게 기도 할 때가 있다

전지전능한 약효에게 살뜰하게 말 걸 때가 있다

한 낮의 뜨거운 이마를 짚고 있다가

손을 바꿀 때

안 아픈 곳이 있긴 있었구나,

손을 오래 내려다보는 때가 있다.

 

 

 

     

 

 

-약력

 

이승남

 

강원도 횡성 출생

국립한경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과 졸업

2010년 계간시산맥신인상으로 등단 및 회원

2019. <물무늬도 단단하다>시집 출간

동시 짓기와 논술강사

한국문인협회 회원

경기시인협회/한국시학 회원

수원시인협회 회원

마음의 행간 동인

 

 

 

 

 

 

 

 

 

 

 

 

 

 

 

 

   

  • 도배방지 이미지

시집 소개

더보기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