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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접 / 김순옥 시인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05/13 [09:06] | 조회수 : 183

 

▲     © 시인뉴스 Poem



 

용접 / 김순옥

 

 

 

비를 펼치면 실뱀 같은 곡선이 모여

싱싱한 불꽃을 튀겨 내고

살과 살이 닿아 뜨거운 그늘을 피우고

감당할 수 없는 소리, 백만 마리 생쥐가 깨어나

숫자를 세는 것이야, 간혹

 

서랍 속 그림자를 꺼낼 때마다

파란 불을 피우는 고양이

눈동자가 살 부러진 우산을 쏟아낸다

 

수평선을 타고 올라가면 발목이 자라 있고

바람에 끌려간 밤, 입술이 입술을 열 때

흉터는 반쪽으로 나뉘어 얼룩이

전부인 양

 

아무렇게나 숨을 곳을 찾는데

두 뺨을 만지던 이놈의 빗물이 반짝반짝

목을 조른다

 

어제 봤던 나비는 아무래도

불이었나 봐요

 

 

 

 

뼈를 보다

 

구멍이 뚫렸어요 잡념이 들어오네요

나무를 눕히고 그늘이 넘어지지 않게 세워 보기로 해요

의자가 빙글빙글 돌아다녀요

 

몸통만 남은 여인이 흰 벽을 툭 쳐요 미술관 문이 열리면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밥숟가락을 들고 따라오는 치매 노인이 피리를 불어요 덩그러니 남은 눈알을 줍고 있어요 먼 산이 오른쪽으로 들어가 왼쪽으로 돌아서요 꼬리도 없이 기어 다녀요 다리를 잘라 그림 속에 구겨 넣어요 마치 오래된 이야기라도 있는 듯 점점이 박혀있는 원통 앞으로 다가 섰어요 곧이어 밥 한 끼 함께 먹을 사람이 박수를 치는 동안

 

구멍이 뚫렸어요 뼈,

또 하나의 구멍이 늘어나겠지만,

 

가만히 또 가만히 무릎에서 나온 돌멩이가 녹슬지 않게

이곳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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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 2015년 방송대 문학상 가작 입상

201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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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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