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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의 건축학 외 1편 / 조선의 시인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05/13 [22:05] | 조회수 : 286

 

▲     © 시인뉴스 Poem



먼지의 건축학

 

 

차단된 것들이 아우성친다

견딜 수 없을 때

가라앉는 먼지처럼 절제된 표정에 발광이 들어 있다

조금 더 따듯하게 쌓이는 온기, 하지만 어떤 것도 먼지로 구분되면 그뿐

가끔 가볍다는 소문으로 나돌았다

대체로 뼈가 빈 것들이 위로 솟구치면 층을 이룬다

벽돌이 되고 집이 되었으나 결국 무너지고 부서져

끝이라는 말 대신에 먼지라는 이름을 얻는다

밥 먹기 전 조용히 내 묵상에 내리는 먼지

쓸쓸함을 견디는 것도 침묵의 몫은 아닐까

정해진 시간과 낙차도 없는 추락이 날개의 환상이라고 생각하면

더 이상 떠오르지 않았다

혼자 빛날 때만 쏟아지는 별

사라지는 방향만 남아 있고 그 나머지는 오래된 배웅뿐이다

떠도는 먼지도 뭉치면 바위처럼 과묵할까

먼지는 최초의 기록이자 최후의 기억이다 자꾸만 몸이 엉켰고

그것은 내 직립의 방식

날개 꺾인 새처럼 낙엽이 졌다 헤맬 수 있는 곳에 숨어 있는 길조차 없다

잠언이 혀끝에 쌓인다

 

 

 

 

 

물방울에도 각이 있다

 

 

먼 곳을 거슬러온어떤 후기가 있다

장마의 출구를 벗어나 기포처럼 터지는 구름 입자들

우연 속에도 바람의 틈에 끼어 있는 낙뢰는 있었다

뭉치는 힘을 가진물방울의 비밀이 존재했다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자리에서

왜소한 등이 보이지 않도록 모양을 잡는 것은 아버지의 일상

절뚝거리는 발목 위로 가난의 무게가 소용돌이쳐도

한 시절 둥글게 입김으로 기화되는 생을 견뎌야 했다

끈적끈적한 피를 내 몸에 주입한 후로

당신의 살이 점점 물러터지기 시작하더니

생각의 모서리들마저 뭉텅뭉텅 떨어져 나갔다

가까스로 인생의 건기를 건너온 아버지

작았으나 큰 등을 이루던 물방울들이

머나먼 사막까지 날아가 바짝 말라버린 것일까

찬바람이 불 때마다 아픈 모서리의 시간이

생의 무늬를 뜯어내듯 가차 없이 마모되기 시작한 것이다

서로를 껴안고 살기에는 어정쩡한 내 자세가 문제였다

무른 것일수록 속이 단단한 인생의 슬픔

뒤척이는 몸에서 시나브로 각이 빠져나가고

더는 떼굴떼굴 굴러갈 수 없다고, 눈물이 비어 있다고, 했을 때는

이미 큰물이 쓸어간 후였다

어디쯤 비워진 허공이 또 다른 족보의 굴레 같을 때

다시는 각을 지니지 않겠다고 몸속의 물방울들을

지나온 길에 모두 쏟아버렸다

끝내 아버지를 놓아야 하는 짧은 순간이

아침 햇볕으로 화창하게 사라졌다

 

 

 

군산 출생.

농민신문 신춘문예당선.

거제문학상, 김만중문학상, 신석정촛불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 당신, 반칙이야

어쩌면 쓰라린 날은 꽃피는 동안이다

시 창작교재 생명의 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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