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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염(舌炎) 외 1편 / 홍순영 시인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05/13 [22:17] | 조회수 : 261

 

▲     © 시인뉴스 Poem



설염(舌炎)

 

 

 

 

누군가 홀로 시소에 앉아

신발로 모래알만 문지르다 어둑해져 돌아갔다

 

혼잣말을 해독하는 어둠 속

피어나는 착란(錯亂)

 

저 혼자 부풀어 올랐던 꽃잎이

아무도 없는 운동장에

게으른 하품을 하며 진다

 

꽃이 진 아침이 되어서야

빗물이 고일만한 웅덩이가 한두 군데 생긴 걸 발견했다

 

며칠 지나면 또 누군가

흙이 잔뜩 묻은 발로 반쯤 묻힌 타이어를 몇 번 차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이내 돌아갈 것이다

 

()들이 뛰어노는 운동장

혀는 꽃잎이 떨어져 내리는 쪽을

자꾸만 더듬는다

 

 

 

 

 

 

 

입 속에 선인장을 키웠다

 

 

 

쓸모없는 사계절을 유리창에 묻었다

햇살만 좀비처럼 유리창에 달라붙었다 쓰러지고

 

선인장을 키웠다

여자의 동굴처럼 따뜻한 입 속,

핑크빛 조명 아래 무성한 가시의 순()

 

내 몸에서 나온 것들은 다 사랑스럽다는 맹신(盲信)

 

가시는 모두 딱딱할 것이란 편견을 씹으면

목넘김이 부드러운 말들만 남고

 

집 안의 화초들이 위로만 솟구치던 걸 기억했어야 했는데

 

온종일 입을 벌리고 있으면

삼킬 수 있는 말들이 떠돌다 인사 없이 나가버리곤 했다

 

처음에는 순한 살성이었을,

뿔이 되려는 가시의 머리 위에

오늘의 자음과 모음을 얹어놓는다

 

입천장에 선인장의 머리가 와 박힌다

입을 닫고 웃는다

머리 위로 피어나는 한 다발 말꽃

너의 심장에 심는다

 

 

 

 

 

 

홍순영 시인 약력

2011시인동네신인상으로 등단. 13회 수주문학상 대상 수상

시집 우산을 새라고 불러보는 정류장의 오후, 오늘까지만 함께 걸어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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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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