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 / 이안 시인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05/13 [22:34] | 조회수 : 388

 

▲     © 시인뉴스 Poem



선인장/이안




어머니는 내가 미운지
돌아가시기 전까지
못난 자식 가슴에 가시를 꽂았다

마음의 껍질은 두꺼워지고
가시들은 단단하고 굵게
오랜 시간 몸에서 자랐다
가시를 품고 가시를 뱉으며 살았다

무뎌진 몸처럼
마음도 덤덤해 질 무렵
가시에서 꽃이 피었다
기억이 희미하지만
그때 어머니께서 혹시
꽃을 꽂은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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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위의 바닥들/이안



 고사리 발로 태어나 바닥을 딛고 일어서려 넘어지기를 수없이 할 때 이미 선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느꼈던 거 같다
장례 3일 동안 둘째 형은 어머니 곁에서 일어서지 못했다 첫째도 막내도 아닌 가운데여서 받았던 어중간한 사랑에 대한 설움을 격정적으로 토해냈다 하던 일이 바닥을 친 후 생활마저 밑바닥을 헤매 많이 배우지 못한 자신과 가르치지 않은 부모에 대한  원망으로 누구보다 서럽게 울었다 마음은 바닥이었고 그에게 바닥은  낮은 곳에 임하는 역설적 위로였다

 장례 마지막 날  그전까지 바닥에 잠겨 울먹이던 몸이 언제 그랬냐는 듯 푸념도 접고 울음도 멈췄다  구석에서 느릿느릿 몸을 추스르더니 국밥 한 그릇을 게걸스럽게 비웠다  술은 하지 않았다
계곡이 깊으면 산이 높다 했던가
바닥을 딛고선 바닥 위의 저 남루한 바닥 그때부터 둥글게 솟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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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시공방/다시 운영
도서출판/홍두깨 편집주간
한국문예협회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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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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