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주의보 외1편 / 박복영 시인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05/15 [21:36] | 조회수 : 262

 

▲     © 시인뉴스 Poem



 

파랑주의보

 

 

 

거센 바람이 불었고

우리는 여인숙 간판처럼 흔들렸다

깜박이는 불빛은 누군가의 눈빛을 훔치며 시치밀 뗐고

돌아가지 못하는 우리는 대합실에서

삼삼오오 웅크린 채 커져가는 바람만 뒤적였다

유리창이 덜컹거리며

먹구름의 발자국을 미행하는 동안

바람의 행방을 찾는 파도는 선착장에 부딪쳐 부서지며

돌아오지 않는 뱃사람들의 이름을 호명하였다

야윈 낮달은 일월의 바다에 혹독한 그리움만 걸어둔 채

돌아가야 할 까닭을 물었고

세상은 정박할 수 없는 이들에게

돌아가라, 돌아가라 날선 바람을 던지며 밀어내곤 했다

우리는 하루의 계단 어디쯤 떨어뜨린

몇 개의 불빛을 찾아 서성거리며

선착장 모퉁이 지붕 낮은 여관방에서

심장에 켠 불을 꺼뜨리지 않으려 웅크린 채

잠이 들었다

기압골의 능선을 줄여도 줄지 않는 바람처럼

우리네 삶의 분량은 주어졌을까

언젠가 돌아가지 못하는 바람 속 의문은

선착장에 부서지는 파도처럼 부서져 끝없이 밀려들 것이나

우리는 바람을 닮아가다 바람처럼 사라질 것이다

거센 바람이 불었고 그때 우리는

공중의 깃발처럼 나부꼈다

 

 

 

 

 

 

누군가 거기 서성거릴 때

 

 

 

거미줄에 맺힌 빗방울을 건져냈다

 

저 빗방울에 놓지 못한 내가 있다

 

맑음과 탁함의 숫자만큼 붕대를 칭칭 감은 빗방울에서

햇살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자꾸만 환해지는 몸. 부딪치며 무릎은 자꾸만 부풀었다

 

토닥토닥 툇마루의 목마름을 걷어낸 자리 몸부림치던

물빛이 스며 발바닥이 간질거렸다

 

비린내를 썼다 지울 때마다 흰 발바닥에 설운 심경이

박혀 있었을까

 

내 영혼은 눈물이 말라 따끔거리는데 차츰 무디어

가는데 몸 바깥에 내가 어둑하다

 

빗방울 든 나는 그림자였다 누군가 거기 서성거릴 때

 

 

 

   

 

 

박복영

전북 군산출생. 방송대 국문학과 졸업. 1997년 월간문학 시 등단.

2014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2015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천강문학상 시조대상. 성호문학상 등, 시집 낙타와 밥그릇4,

시조집바깥의 마중.오늘의 시조회의와 전북작가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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