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미루나무와 담쟁이 외1편 / 정 숙 시인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05/15 [21:54] | 조회수 : 199

 

▲     © 시인뉴스 Poem



미루나무와 담쟁이

정 숙

 

 

도난당하고 있었다

미루나무는

제 삶을

야금야금 훔쳐 먹는 담쟁이를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이 방관자가 되었다

솔직히 처음 그들이 슬쩍 발을 걸쳤을 때는

반가웠고, 외롭던 참에 당연히 손 내밀었다

얄궂게도 차츰 밟고 오르면서

그의 삶을 조금씩 훔쳐가기 시작한 것이다

무리를 지어, 수만 개의 손으로

그의 얼굴을 지우면서 머리끝까지 올라가

생긋이 미소 지으며 담쟁이는

더 밟고 올라갈 곳을 찾느라

두리번두리번 세상을 향해 손 흔들고 있었다

여름 이파리들이 하마 노랗게 떨어지는데

한 발 양보가 백 발 양보라는 것을 미루나무는

진작 몰랐던 것이다

아매도 늦은 밤 불면의 파도에 시달리며

지금쯤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겠지

소사스레 담쟁이는 인제 옆 나뭇가지를 향해

애처로이 손 내밀고 있었다

살기 위해서 애써

누군가를 저리도 막 짓밟고 올라가야 하는가?

어린 왕벚나무와 하늘이 대책 없이

방관자인 것이다, 다만

바람이

가끔 부르르 떨며 나무를 흔들다가 갈 뿐,

그래도 나무는 덩굴이 떨어질까

지 발등에 힘줄 세우며 떠억 버티고 서 있었다

 

 

 

 

숟가락 섬

정 숙

 

 

사람의

섬과 섬 사이

숟가락엔 어느 노가다의 탄식이 남아있는가

 

메마른 영혼의 물기 마르지 않게

기꺼이 메아리가 되어주는

범종의 파문처럼

 

숟가락 달그락거리는 소리 들으면

삶과 죽음

몸과 몸 사이의 생존을 위해

 

평생 밥을 실어 나르는

하늘님의 고단한 노동이 보인다

 

새삼 밥 한 알의 무게 달아본다

 

 

 

 

시인 [정 숙, ] (jungsook48@hanmail.net)

93<시와시학>으로 신인상 수상.

<신처용가> <위기의 꽃> <불의 눈빛> <영상시집><바람다비제> <유배시편>시집과 [DVD] 출간 시극극본 [봄날은 간다1], [처용아내와 손톱 칼], <시선집-돛대도 아니 달고>, 7시집<청매화 그림자에 밟히다>, 시극극본 [봄날은 간다 2]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극본과 연출과 공연

2010, 1월 만해 시인 상 수상

20151223일 대구 시인 협회상 수상

 

 

  • 도배방지 이미지

시집 소개

더보기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