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꽤 긴 기차 (외 1편) / 이강하시인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05/16 [21:48] | 조회수 : 634

 

▲     © 시인뉴스 Poem



꽤 긴 기차(1)

이강하

 

 

 

강원도 횡성 아버님 산소에 갔다가 영월을 지나왔다한 나라의, 한 가족의 역사로 지나온 찰나가 길었다면 꽤 긴 기차. 청령포 소나무가 너무도 푸르러서 속눈썹이 축축해진 저물녘의 태양급격히 휘어지는 강가를 지나면서도 소리 내어 울지 못했다.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 김삿갓 유적지 근처의 이층집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속눈썹이 길어져서 더는 갈 수 없었다. 밤하늘의 별들이 또랑또랑한 곳이었다. 봉분 위 풀꽃들이 계속 따라와서 마당과 뒤뜰에서 물소리를 내고 있었으나 차마 나는 소리 내어 울지 못했다꽤 긴 기차의 홀로 독주, 한밤중 잠깐의 독주가 깊은 골짜기였다. 누군가의 미소처럼 아늑했다.

 

 

      

 

슈즈,

 

 

 

초여름의 신록이 뒤꿈치를 들고 펄럭인다

 심장을 뛰게 하는 기억이

온 힘을 다해 달을 눈뜨게 하는가

 

! 다행이다,

당신의 첫 시선이 나라서

사과나무라서

 

늦게 핀 사과꽃이 초승달을 흔드는 저녁이며

한번쯤 떠올려보고 싶은 얼굴이 있다

달을 굴리는 신발이고 싶다

오래오래

 

지금도 초여름을 좋아하나요?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꽃의 요정들이

공중을 날아다니며 나에게 질문한다

 그래요아마도 당신만큼이나 좋아할걸요 

 

슈즈, 달이라는 상점을 지나가고 있는 초승달

이미 사랑을 시작했다는 것인지

사과꽃을 하나 둘... 따기 시작했다

 

 

     

 

 

[이강하 프로필]

경남 하동 출생. 2010시와세계등단.

시집으로화몽(花夢)』『붉은 첼로가 있음.

2회 두레문학상 수상. 4회 백교문학상 수상.

  • 도배방지 이미지

시집 소개

더보기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