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트로스의 사생활 외1편 / 양현주시인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05/28 [08:08] | 조회수 : 156

 

▲     © 시인뉴스 Poem



알바트로스의 사생활

 

양현주

 

 

하루에도 열두 번 날개를 잘랐다

가마솥 흙 틈으로 새어든 지붕은

안개꽃만 피워냈다

 

콧수염 돋은 군인이 최전방으로 가고

딱 한번 비포장도로를 달리던 버스조차

긴 꼬리를 남기며 사라졌다

 

아무리 돌아봐도 돌아오는 건 먼지뿐

열여덟 나이 구멍가게 하나 없는 마을에

둥지를 튼 그녀,

 

기우뚱, 나뭇짐은 초속으로 쏠렸다

큰 지게가 중심을 잃고 새끼에게 착지할 때마다
불안하게 깨진 무르팍

 

날개를 꺾어 태우고

사랑채에 몸져누운 시모의 등을 데우자
외양간 소가 배불렀다

 

날개에 박인 굳은살이 땅을 짚어도

보릿고개 비행을 포기하지 않았던 가장 멀리 나는 새

내 어머니는 신천옹 이었다

 

 

 

 

      

 

 

거기 있어줄래요

 

양현주

 

 

영등포역이 혼자 웃어요.

블라우스에 체육복 입은 열차가 달려요. 묻지 않아도 변명하고 싶은 때가 있지요. 생각이 물구나무서기도 해요. 진실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말의 뒤편에서 왔어요. 거꾸로 사람을 읽은 적 있지요.

 

플랫폼에 동행한 구두를 두고 타거나 아차산역을 아차 하는 일은 풋사랑처럼 반복되지요. 생생한 기억부터 말아야 생각이 맛있어요. 아픔도 자꾸 입으로 불면 단내가 나지요. 의구심을 입에 넣어보면 생각의 막다른 골목에 닿아요. 말이 외곽으로 천막을 쳐요. 혓바닥에 가뭄이 들어요.

 

불씨도 골든타임이 있어요. 앞 페이지 내용이 쓸쓸한 좌석은 비어있어요. 당신을 잊기 전에 책을 읽을까요. 불을 중간쯤 읽으면 금방 어두워져요. 울던 주름치마도 조신하게 웃어요. 쥐락펴락 주름잡던 젊음은 졸다가 오류역에서 내렸지요.

 

한때 뜨겁던 방화역과 수색역 사이 섣부른 판단이 멈춰있어요.

집 없는 바퀴처럼 천 번의 밤과 낮이 레일 밖에서 빨간 푯말로 굴렀어요. 마지막 하루는 나를 잃어버린 상봉역으로 가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양현주 약력

 

* 2014년 계간 시산맥으로 등단

* 2018년 시산맥 기획시선 공모당선 시집 구름왕조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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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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