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 외 1편 / 한상권시인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05/28 [23:23] | 조회수 : 160

 

▲     © 시인뉴스 Poem



 

진심

한상권

 

꽃은 한 번도

꽃의 숨결을 버리지 않았지만

누군가에겐 꽃은 꽃이고

누군가에겐 꽃은 꽃이 아니다.

그저 바람이 불고 떠나간 허공에도

꽃의 살이 붙고

꽃의 마음이 피어나는 것이지만

모든 햇볕이 닫힌 뒤에야

내 안에 꽃이 왔다는 것을 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꽃에 대한 순정을 말하는 것이다.

당신과 나의 여름을 생각하는 것이다.

 

 

 

계단의 역사

 

그림 없는 그림 전을 보기 위해

휘어진 비정형의 계단을 올라가는데

익숙하지 않으니 앞만 보고 걷는다.

계단 설계자는 뒤돌아볼 수 없는거울쯤으로

명명했겠으나

이 계단에는 삶의 이력을 새길 수 없다.

 

그러므로 내가 이 계단을 오르는 동안

강물의 과거를 알지 못하고

나무의 과거를 알지 못하고

거울의 과거를 알지 못하고

나의 미래를 알지 못한다.

 

계단의 현재를 알 수 없으니

계단의 어떤 뒷면도 말할 수 않다.

바닥으로 떨어진 별의 간격도 보지 못하고

이 도시에서 밥을 먹고 꽃을 사고

아무 일 아닌 듯 이 계단을 걷는다.

서로 다른 은하의 시간에서

우리는 지금 그림 없는 그림으로 걸려 있다.

 

 

 

 

약력>

경북 영천 출생. 199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다.

시집으로 단디와 청소년시집 그 아이에게 물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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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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