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은밀한 거래 외1편 / 백현국시인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05/28 [23:26] | 조회수 : 257

 

▲     © 시인뉴스 Poem



 

 

은밀한 거래

 

      

 

숨이 넘어 갈락말락 한 어머니를 안고

여동생이 다시 귀엣말이다

모녀간 무슨 애절한 맘을 전하는 걸까.

꺼져가는 숨을 질기게 잡고 있던 딸에게

눈짓 시늉만 남기고 세상을 버리신다

 

백일 탈상 날, 괜히 맘이 울적한데

전 부치던 여동생은 환한 얼굴이다

애가 들어서지 않아 그렇게 애를 태우더니

신통하게 덜컥 애가 들어섰다고

아내가 슬쩍 귀띔해 준다

 

그럭저럭 몸을 풀었다더니

포대기에 싸안고 온 아기 눈매를 보니

왠지 속이 뜨끔하다

돌아앉아 젖 먹이는 여동생을 불러 앉혔더니

모녀간 작당이 그제야 드러났다

 

어머니는 저승에 목숨을 담보 잡고

은밀한 거래를 튼 게다

자궁과 자궁을 관통시켜

핏줄의 거래를 성사시킨 어머니가

넉넉하게 딸 젖을 빨고 잘 주무시고 있다

여자들의 자궁에는

시간이 역류하는 메커니즘이 있었다

 

  

 

 

 

로댕의 좌변기

 

   

여자가 욕실 문을 쾅 닫고 나오더니

좌변기 뚜껑을 열어놨다고 난리다

요샌 남자들도 앉아서 누지 않느냐

오줌 튀긴 좌변기에 누가 앉겠냐고

밥상머리에 앉아서도 골을 낸다

남자는 서서 누는 게 맞다고

어거지 벙거지를 써도

여자의 말빨을 누그러뜨릴 수가 없다

한솥밥 먹는 강아지도

오줌이 제 몸에 튈까 조심조심

앉아누지 않느냐고 쌍심지를 올리는 바람에

슬그머니 꽁무니를 뺐다

꽉 찬 오줌보를 비우러 가다 뒤를 보니

상종 못 할 짐승과 사는 탓이라고

끔찍한 인종청소라도 생각하는 걸까

팔짱 낀 여자는 지하여장군이다

서서 기억하던 수컷 본능이 거추장스러워지고

로댕처럼 앉아서 생각하는 날이 많아진다

 

 

 

    

 

 

경북 영천 출생.

2003현대시문학에 평론으로

2005시와세계에 시로 등단

수제 시집벽 너머로 간 손가락(2017)

 

  • 도배방지 이미지

시집 소개

더보기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