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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녀를 위한 소네트 외1편 / 김평엽시인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05/30 [00:28] | 조회수 : 221

 

▲     ©시인뉴스 Poem

 

 

 

   

황녀를 위한 소네트

 

 

 

사막에 겨울 숲이 자란다

늑대가 눈 덮인 대지를 질주하는 동안

작별한 지상의 것들엔 갈색 상처가 찍힌다

사막에서 타버린 그림자는 행복하다

어둠의 속살에 생명이 뜸 들어

숨 막히게 올리브가 자랄 것이다

온갖 파장이 초점에서 생을 태우듯

늙는다는 것은 필라멘트처럼 빛을 소모하는 것

동굴 안에 매달린 어둠이

세상 밖으로 풀려나간다

호밀밭이 진한 녹색을 회복하여도

쾰른 발 기차는 오지 않았다

안나 카레니나와 함께 촘촘 깊어갈

겨울 에필로그, 신발 벗고 조용히

철길에 눕는다 예기치 못한

세상엔 알약이 너무 많다

 

 

 

 

 

 

부처님 가신 날

 

 

 

일 년에 한 번 죽지 못한 꽃을 위해

눈물 흘리고 가시는 부처님

올해도 오셔서 망월동과 금남로에 눈물 주시고

팽목항 눈물 한 바가지 퍼서

시든 이마 적셔주셨나이다

가로수도 노랗게 하늘의 십자가도 노랗게

경찰관의 호루라기조차 노랗게

행렬 이루다 멈춘 4,

아이에게 젖을 물렸던 어미는

마른 해바라기가 되었습니다

핏기 없이 떠난 당신

헤진 살점이 노랗게 꽃이 되는 것을

하염없는 이승에서 봅니다

피아졸라의 오블리비온

가슴과 꽃잎을 찢습니다

샛노란 비명 이제 안 들어도 됩니다

차마 그 어린 것들!

 

 

 

 



김평엽약력:

2003애지 등단, 임화문학상(2007), 교원문학상 수상(2009)

시집: 미루나무 꼭대기에 조각구름 걸려있네, 노을 속에 집을 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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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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