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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물회 외1편 / 한선자 시인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05/30 [21:39] | 조회수 : 198

 

▲     © 시인뉴스 Poem



 

 

자리물회 / 한선자

 

 

먼 길 가다보면 보고 싶은 사람 있듯

꼭 맛보고 싶은 음식 있지요.

더운 날 제주에 가면 모슬포로 가 보세요.

바다 속 바위가 있는 곳에서만 잡힌다는

자잘 자잘한 자리돔 잘게 썰어

양파 미나리 양념에 비벼 찬물에 얼음 동동

자리물회 만나실 겁니다.

일상의 자잘한 일에 속 터질 때

누군가 가시처럼 박혀서

가는 걸음마다 불쑥 불쑥 찌를 때

가시 많은 자리 잘근잘근 씹어대면서

마음 속 가시도 씹어 보세요.

아삭아삭 씹으면 고소해지는 자리물회처럼

아집도 분노도 서서히 녹아들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끼실 겁니다.

그래도 아직 소화되지 않은 감정 있다면

그래도 차마 버리지 못하는 미움 있다면

모슬포 바닷가에서 마음에 푸른 물이 들도록

오래도록 바다를 바라보세요.

   

 

      

 

 

 

고사리 꺾기 한선자

 

 

한라산 무릎에 앉아 한나절을 놀았어요

따스한 햇살이 나를 계속 따라다녔지만

한라산 주근깨 같은 고사리 꺾느라 바빴지요

지금껏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고사리 꺾기가

소풍 때 보물찾기처럼 재미있는 놀이였지요

갓 올라온 연한 고사리 순들만 골라

똑 똑 신나게 꺾어 대면서 생각했지요

우리가 살아오는 동안

얼마나 많은 마음들을 꺾었을까

자식이라는 이유로 부모님 허리 꺾게 하고

부모라는 이유로 아이들 마음 꺾게 하고

그러다보니 갑자기 미안해지는 거예요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하고 내뱉은 내 말에

상처 입은 모든 사람들에게

제주 여행 오시거든 한라산 무릎

고사리 밭에서 한나절만 놀아 봐요

따뜻한 마음도 한 아름 덤으로 얻을 걸요

 

  

 

 

 

 

한선자 약력

 

2003년 시집 내 작은섬까지 그가 왔다로 작품활동 시작

전북여류문학회 회장 역임. 전북시인상. 전북여류문학상 수상

시집 울어라 실컷 울어라 불발된 연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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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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