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불렀어 외1편 / 강미정시인

강미정시인 | 입력 : 2019/05/30 [22:29] | 조회수 : 467

 

▲     © 시인뉴스 Poem





노래를 불렀어

 

 

 

하얀 꽃이 피고 지고 피고 지는

꽃밭이었지

처음엔 콧노래로 시작했어

중간쯤에서 콧날이 시큰거렸지

 

이 대목에선 같이 불러야 하는 거야

어깨에 손을 얹는 바람

꽃 진 그림자는

내 울음을 자꾸 덮어주었지

하염없이 밀려와서

하염없이 밀려가는 노래였어

 

여럿이 부른 노래였지만

혼자만의 노래였어

하얀색의 노래

큰 목소리로 부르다가

꽃이 피는 것을 지켜보았지

 

꽃이 피는 것은 왜 그리 아픈지

꽃이 지는 것은 왜 그리도 아픈지

 

부르던 노랫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점점 더 작아졌어

아무도 모르게 노래 부른다는 것이

왜 그리도 아픈지

마침내 울음으로 변하는 노래였어

 

그대가 내 이마를 깊게 짚었다가

슬며시 손을 떼는 노래였어

 

 

 

 

 

죽변항에서

 

 

 

어쩌면 그곳은

빨간 하이힐에 대한 이야기일 수 있고

빨갛게 언 발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또각또각 하이힐이 걸어온 빨간 발자국과

벅벅 언 발을 긁는 빨간 가려움이

서로를 비벼서

통통배 안쪽으로 들어간 이야기

 

가만히 서 있어도 떠밀리는 배와

완벽하게 맨바닥인 발바닥

울음이 웃음이 되어

풍경이 되었다가 사라지는 죽변항,

 

바람에 떠밀려 여기로 와서

오빠가 되고 언니가 되어

출렁이며 조용히 조용히 늙은 눈이

풍경을 흔든다

 

햇살처럼 반짝이며 쏟아지는

풍경소리,

 

꼬리지느러미 파닥이는 고기떼처럼

바다로 헤엄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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