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화살 외1편 / 강일규 시인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06/03 [07:10] | 조회수 : 204

 

▲     © 시인뉴스 Poem



3의 화살 / 강일규
 
 
이른 봄부터 텃밭에 씨앗을 파종하라고
두서없이 아내는 성화다
차일피일 미루다 그 봄이 다 지나갈 무렵
콩을 심기로 합의하며 은밀히 입을 맞추자
우리의 관계는 알콩달콩해졌다

나는 밭일을 할 때 모자를 쓴다
남사스런 민머리와
그날그날 일상의 면면을 살펴본다면
나와 모자의 관계를 따져볼 수 있을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모자보호법 개정안에 따르면
모든 모자는 질의 효율성을 위해
바람구멍을 의무화했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나는 모자를 풍선으로 만드는 남다른 면이 있다
씨앗을 담은 풍선의 바람구멍으로 과녁을 겨누면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것이다

한 번은 구멍이 작아 사정거리가 짧았고
또 한 번은 힘 조절 실패로 정곡에서 벗어났다
마침내 세 번째 화살을 날리자 뚫린 과녁
아내가 두둑에 작은 구덩이를 파놓으면
나는 뒤따라가면서 콩을 날렸다

콩 심은데 팥 날까 걱정하는 나의 심장을 향해
아내는 씨앗한테 무슨 소리냐며 화살을 날렸다
둔덕 위에 올라 흙을 도톰하게 토닥토닥 덮으며
우리의 대화는 생콩날콩 무르익어 갔다

나의 친애하는 모자에서 비릿한 냄새가 났다

 

 

 

 



물고기의 등급


어전 모퉁이에 자리잡은 생선가게 좌판엔
이미 죽은 것들이 생선의 눈으로
활활 살아있는 행색으로 누워 있다
나는 의심의 눈초리로 선택을 주저하며
곁눈질로 시장의 동태를 엿보았다
날카로운 미늘눈 치켜뜬 주인 여자
뒷걸음질치는 나를 재빨리 낚아채며
맛깔나는 언변으로 호객하는 것이었다    

물건이 흐늘거리고 부실한 놈은 치요
탱탱하고 단단한 놈은 이라
그중에서도 크고 굵으면 이요
눈알이 또렷하고 야밤에 빛을 발하면 이지요

물 좋은 놈이 잘 벼린 칼날에
마침내 나무도마 위에서 토막이 났다
물고기와 물고기의 행간에
나만의 조리 비법을 펼친 것이다
물고기는 자신의 등급을 나누는 것이
눈이란 걸 알고 있었을까
마지막 순간까지 부릅뜨고 있는
눈의 부호엔 쉼표 하나 없었다

 

 

 

 

  

 

 

강일규

충북 영동 출생

2017문예바다신인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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