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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공연 외1편 / 정 하 해 시인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06/05 [07:09] | 조회수 : 168

 

▲     © 시인뉴스 Poem



야외공연

정 하 해

 

 

 

 

비의 내용을 끝까지 다 들어본 적은 없다

막을 사이도 없이

터지는 어느 염문처럼

 

나뭇잎들까지

춤을 나누듯 여럿 잡았다 놓았다 한다

아주 젖거나 물이거나

비를 맞는다는 건 고백을 받는 또 다른 화근이다

 

한참을 흐느끼는

저 곤두선 전말, 당신은 젖어 마땅하다

 

미루나무 속으로 흘러들어갈 동작이 필요한데

이대로라면 분명 어딘가는

끝장날 것이다

 

비는 곡선으로 치닫고 있다

 

마지막 등이 다 젖을 때까지, 이를테면 사랑이 깊은

그 가뭇한 쪽으로 우아한 불행처럼

추어라.

 

 

 

 

 

 

   

다시, 뱅밀리언*

정 하 해

    

 

 

부처를 따라 억만 년부터 나무는 왔던 것이다

몰아붙이는 더위와 버즘 같은, 강은 우기를

자주 데려다 놓았을 뿐 실로 축원을 놓쳐버린

산 것들의 이데아는 늘 거기서

회향 보다는 헤매는 쪽이 가깝다

올이 깨끗한 새들은 저녁을 물어다 나르기 바쁘고

빽빽한 잎들만큼이나 사생활이 더운

이승의 검색대, 그것을 거치지 않은 업들이

뒤척이다 다시 내세로 흘러들고

나뭇가지 위를 구르던 바람은 또 먼 길을 생각한다

달이 파랗게 두꺼워 지는 사이로

부처가 아무 말이나 트려고 잎을 헤아린다

새들의 잔기침 또한 그쪽으로 모여 들어

우리가 걸어온 생애 안쪽은 없다

무너져 내린 사원에서 굵은 뿌리가

전생과 그, 전생을 잘 붙들어 쥐고 지금도

건너오고 있는 그 한 사람의 집안을

정처라 읽을 뿐이다

 

*앙코르와트에 있는 사원

 

 

 

 

 

 

 

   

약력, 포항 출생, 2003년 시안 등단 시집으로는살꽃이 피다

깜빡』『젖은 잎들을 내다버리는 시간』『바닷가 오월2018, 대구시인협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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