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는 귀에 귀기울이지 않는다 외 1편 / 전하라 시인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06/07 [19:09] | 조회수 : 166

 

▲     © 시인뉴스 Poem



귀는 귀에 귀기울이지 않는다 외 1편 

전하라

 

 

 

문밖에서 들리는 미세한 소음에 스피커를 줄인다

외마디의 비명소리에 귀를 쫑긋 세운다

4층에서 들려오는 쇠망치를 두들기는 소리

톱으로 어둠을 자르는 소리에 하얀 귀를 밀착시킨다

한 겹 벗겨낸 틈으로 오리들이 뒤뚱거리며 걷는다

어제 지나쳐간 여우들도 꼬리를 흔들며 지나간다

휘호를 긋는 왜가리도 물결을 흐트러뜨리며 올라간다

소리는 마치 혼선의 마차에 오른 마부 같다

번개처럼 짜내는 베틀에 날실과 씨실이 교차되고 있다

소리와 소음의 혼합체에 놀라움이 움츠러드는 연쇄파동이 인다

궁금한 맘에 쫑긋 세운 모퉁이에 당나귀 한 마리 걸어나간다

사뭇, 지칠 것 같은 길에서 떨어지는 소음문자가 길을 만든다

밀착된 귀를 떨어뜨린다

자연으로 향한 회귀

귀의 본능에 잠에서 깨어난다

 

 

 

 

 

 

 

 

고양이

 

      

직장에 나간다는 이유로 모처럼 냉장고를 정리하다가

구석에 잔뜩 질려 웅크리고 있는 잿빛 도둑고양이 한 마리를 보다

그는 얌전히 숨어 기름진 시간들을 훔쳐 먹고 있었다

못 본 척 지나치고 싶었던 태만을

게걸스럽게 머고 있는 너의 용기가 가상하다

무관심을 향해 곧게 뻗어 있는 길을

사꾼히 걷고 있는 너

콩자반을 숙주 삼아 피어오르는 너의 자태가

두물머리 새벽안개처럼 고귀해 보인다

 

냉장고 문을 닫고 나를 연다

내 속에는 사족의 곰팡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결국 나는 곰팡이와 시를 함께 팔고 있었다

 

 

 

 

 

전하라 프로필

계간 <스토리문학> 시부문 등단

시집 발가락 옹이, 구름모자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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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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