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바다 외1편 / 우재호시인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06/08 [10:52] | 조회수 : 261

 

▲ © 시인뉴스 Poem



검은바다 / 우재호

 

 

 

어둠 밀려오는 22호선 전철

칸마다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북적 거린다

 

하루살이 양말 밍크 새빨간 여우 주둥이에 밀려

겨우 손잡이를 거머쥐고

앞자리에 앉은 사람 바라본다.

 

화장기 지워진 50대 여인 머리를 창가에 기대곤

곤한 잠에 빠져있다

 

벌린 입술 사이로

하루치의 고된 소리가 출렁인다

 

아버지의 그림자가 푸르게 흔들린다

아버지의 그림자인 엄마가 달려온다

 

나이 40에 이가 다 빠진 백발의 엄마를

친구들은 할매라 불렀고

보다 못한 외숙모가 틀니를 맞춰 주었다

 

새로 맞춘 틀니가 잘 맞지 않아

남들 앞에서만 끼우던 멋내기용

그 틀니 엄마를 버리고 어디론가 떠나고

엄만 평생 잇몸으로만 살았다

 

아들이 자라서 틀니를 해주려 했으나

틀니를 꽂을 잇몸은 다 뭉그러져 버렸다

 

자주 속이 미식 거리고

늘 머리가 아프다 했다

 

천국 간 후에야 알았다

엄마 위가 기형이었음을

평생 씹지 못하고 살아온 고통

 

전화기가 갑자기 고요를 깨자

여인의 벌어졌던 입술이 화들짝, 닫긴다

엄마가 덩달아 관뚜껑을 닫는다.

 

 

 

 

 

거리의 죽음 / 우재호

 

 

8월 오후 무더운 안양천길옆 아스팔트에서

먹이에 정신 팔린 비둘기

달려오던 바퀴에 깔리고 말았다

뒤따라오던 바퀴들은

새를 갈고 또 갈아 껌딱지처럼 붙였다

깃털은 날아가고 뼈와 살은 흩어졌다

소나기가

핏자국을 씻겨주었다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았다

 

일곱 식구의 가장인 그는 환경미화원이다

배운 것, 가진 것은 없었지만

사람 좋은 그는 늘 가을하늘보다 파랗게 웃었다

쪽방은 고개를 숙여야

들어갈 수 있고

별들이 총총한 새벽이면

청소용 리어카에 끌려나와

종일 쓰레기에게 끌려 다닌다

달빛이 마중을 나올 때까지

사내는 평생을 쉬지 않고 거리를 쓸고 또 쓸었다

 

그날도 캄캄한 새벽 도로를 쓸고 있을 때

먹이에 정신 팔린 비둘기처럼

달려오던 속도가 그 사내를 치고 말았다

그리곤 외진 골목길을 쏜살같이 달려 도망치는 바퀴

 

차가운 아스팔트에서 혼자 외롭게 버려진 그는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았다

 

 

 

 

 

 

성명 : 우재호

경북 문경 출생

서울과기대 산업대학원 건축공학과 졸업

한국방송통신대 국문학과 졸업

2011년 문경시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최우수상

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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