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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수요일들외 1편 / 성금숙시인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06/10 [07:19] | 조회수 : 161

 

▲     © 시인뉴스 Poem



 

버려지는 수요일들

 

 

성금숙

 

 

 

 

한 번 쓰이고 버려지는 것들에게는

회상할 추억이 없다

 

자판기 커피를 마시고

빈 종이컵을 우두커니 바라보다

그냥 버리기엔 좀 우묵해서

 

너는 느닷없이 손톱을 깎는다

그때 바람이 방향을 틀고

수요일의 머리칼이 헝클어진다

 

구름이 버린 구름과 나무가 버린 나무처럼

뜨겁거나 무겁지 않은 컵 밖으로 튄 생각들

손가락에 침을 묻힌 너는

흩어진 손톱을 종이컵에 담아 버린다

 

너에게 한없이 가까워서 버리지 못한

우리라든가 그래도 그러므로 같은,

입 속 말들이 득실대는 수요일의 네 책상

 

의자에서 일어서는데 수요일은 모두 버려,

버리라고 귀를 쪼며 철 늦은 매미가 운다

자판기커피 맛 같은 한 움큼의 수요일들이

네 손에 우그러져 쓰레기통에 들어간다

태어날 때, 이미 우리의 숨은 빠듯하다

 

 

 

 

 

 

 

달에게서 서쪽의 안부를 듣다

 

 

   

기울어져

벽에 기대고

혼자 티브이를 보며

웃고 우는 밤

 

바람에 덜컹이는 창문을 닫으려다

달이 드리운 줄을 잡아당겼네

멀리서 보낸 안부가 쏟아졌네

 

그를 품에 품고

동그랗게 잠을 말았네

 

서쪽으로 기울어갔네

그을음처럼 피어오르는 밥 짓는 냄새

다른 세상같이 환한 집이 보이네

 

혼자 된몸살을 앓다

누군가를 부르던 밤처럼

 

잠속으로 들어와

이마를 짚어주는 먼 손

 

아픈 곳 없이 병든 밤에는

달의 흰줄을 잡아당기네

웅크리고,

잠을 따라 서쪽으로 가보네

 

 

 

 

2017년 계간 <시산맥>으로 등단.

2회 정남진신인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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