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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외1편 / 김윤선 시인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06/18 [22:25] | 조회수 : 213

 

▲     © 시인뉴스 Poem



커플

 

 

 

 

누가 보고 있는지

보더라도 개의치 않는 한 쌍의 새가

아침이면 포플러나무 꼭대기에 날아와 앉는다

스위트룸이라도 짓는 걸까,

애써 물어온 나뭇가지를 놓쳐도

서로 탓하지도 않은 채 다정하다

곧 봄이라는데 아직은

메마른 좁고 높은 저 끝에 의지한 채,

땅속 먼 뿌리에서 하늘까지

푸른 길이 열리는 소리, 듣고 있다

아예, 차 한 잔을 들고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본다

 

 

참 오랜만에

사랑에 대해 써야 한다면

저 새들에 대해서만 쓰고 싶다

가을이 좋은 내가 벌써부터 봄을 기다려

어린이의 얼굴로 어린이의 노래를 한다

어서 어서 봄빛 스미고 새잎 돋아 무성해져라, 나무야

분홍 햇살 불러와라 구름아,

밤바람에

가랑가랑 흔들릴 하늘 아래 첫 집

저 높은 허공의 나라 지켜 주거라, 별아

너도

 

 

 

 

 

계간 포지션 2019년 봄호수록

 

 

 

회복실

 

 

 

 

 

86황의숙씨가 수술중이다

77세 김 모 씨도 수술중이다

65세 정 모씨가 수술중이다

54세 이 모씨도 수술중이다

고관절 골절로 수술중인 엄마가 최고령,

 

물끄러미 수술 중사인을 보는 일 밖에

할 일이 없어, 처녀 적 엄마 손을 잡고

파주에 다녀왔다, 금지옥엽 둘 째 애기씨

고향에서 알아주던 어여쁜 당신은

번번히, 무사하지 않게

슬픔의 재를 넘어 여기까지 왔다

 

내 슬픔의 대부분은

하찮거나 우스꽝스러운 것

낯선 이의 왼 손에 부주의하게 들려져

사정없이 흔들리는 들꽃의 불안과

날지 않는 비둘기,

얼음 속 물고기의 눈빛

뜻 없이, 뜻 모를

흔들리며 흔들리는 무의미한 흐름에 대해

생각하고 생각하다, 조용히 습관처럼 또 흔들리는데

 

94세 기 모 할머니의 수술시작사인이 들어왔다

순식간에 ‘86세가 되어버린 젊은이

무사히 수술을 마쳤다는 회복실 사인이 깜빡거린다.

파란 입술을 떨며 손발이 묶인 채,

무의식속에서 깨어나는 엄마가

아퍼 아퍼 몸부림치며 운다

 

 

 

계간 포지션 2019년 봄호수록

 

 

 

 

 

 

 

약력

 

김윤선 시인

서울 북아현동 출생.

2006년 미주 중앙일보신춘문예에 시 비상구당선 등단

시집 절벽수도원과 요가시집 가만히 오래오래를 펴냄.

현재 <니콜의 흐름요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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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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