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점 편력 - 쇠라展 외1편 / 배세복 시인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06/28 [09:40] | 조회수 : 236

 

▲     © 시인뉴스 Poem



흑점 편력 - 쇠라/ 배세복

모퉁이 새로 생긴 화랑 있지?

거기 의사가 안티에이징으로 유명하대

오늘도 진료대를 끌어당기고 있을 거야

초로의 여인들이 항상 서성이거든

흑점을 싫어하는 그네들은

모자를 얹거나 양산을 쓰고 돌아다녀

그럴수록 화려한 캔버스가 되지

검버섯과 편평사마귀 따위가

오묘하게 어우러진 세월들 알지?

천천히 구워진 흔적을 순식간에 태운대

저기 좀 봐 원숭이가 태어나고 있어

보트도 바다도 구름도 하늘도

푸르게 다시 솟아나잖아

그랑자트섬 둔치 위로 아찔하게 말야

 

<시현실> 2019 봄호

우로보로스* /배세복

 

 

지난 밤 꽃뱀이 그림을 그렸네요 이를테면 압착화 같은 거죠 열흘 붉은 꽃 없다는데 이 꽃은 그보다 훨씬 빨리 사라질 듯하네요 속력과 폭력이 앞 다투는 아스팔트 위에서 압착의 자세를 기리는 이 딱히 없을 테니까요 어쩌면 꽃잎이 아니라 단풍잎일지 몰라요 가을은 뭍것들이 마지막 피를 토하는 계절, 억새풀 따위에 갈아온 칼날 같은 혓바닥이 어둠 속에서 번쩍! 한 번은 빛을 발했을 테니까요 그러나 약자에게 독기란 겨우 제 살 도려내는 것일 뿐, 제 안으로 살기를 품어버리는 힘일 뿐, 머리 터진 꽃뱀은 마지막으로 제 몸을 돌아봤겠죠 육체는 습속처럼 꿈틀거리고 어찌할 수 없음을 깨달은 채 꼬리로 입을 막아 울음을 가두었겠죠 욱여넣듯이, 그가 다음 생을 꿈꾸었는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몸뚱아리가 전부인 것들이 또아리 트는 이유를 알 것 같네요

 

* 꼬리를 삼키는 자

 

<시인광장> 2019 1월호

 

 

 

 

 

약력 : 2014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

문학동인 Volume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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