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봉지의 운명 외1편 / 이혜민 시인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07/01 [23:34] | 조회수 : 387

 

▲     © 시인뉴스 Poem



비닐봉지의 운명/이혜민

 

 

무거워, 너무 무거워

 

담장 밖 세상을 발돋움하고 내다보다

동댕이쳐지던 그 날

피 철철 흘리며 포복하다 맛보았지

 

억 겹 굴레와 천공 자유가 뒤엉켜 내가 만들어진 것

 

진공처럼 가벼운 내 몸 날 수가 없어 늘 소리 내어 엉

엉 우는 것

 

바늘구멍만한 길 만들어 놓고 바람처럼 드나드는 동안

독기 묻은 가시가 제 살을 파먹는 동안

천지사방 머리 들이박으며 발광을 해야 했던 것

 

검붉은 생살을 뚝뚝 떼어내야만 했지

제 슬픈 그림자만 넋을 잃고 바라봐야 했어

 

그래도 난 꿈을 꾸지 둥둥

 

 

 

 

가시낙년/이혜민

 

 

 

그늘에 풋내 나는 몸을 말리고 있었어

벌집 쑤시듯

회오리바람이 치맛자락을 밀치고 쳐들어 왔지

 

곧추세운 가시까지 뽑혔어

오매불망 지켜 온 처녀막이 툭,

봇물처럼 터져버릴 땐 차라리 시원하기도 했지

 

서슬 퍼런 쇠사슬 멍에가 철컥,

화인처럼 이마에 새겨질 땐 오히려 황홀하기도 했어

 

바람이 키운 가시가

가시집 속에 들어 앉아

밤마다 궁굴리는 밤벌레가 되었지

 

사내 속만 파고드는 가시낙년이 되었지

 

 

 

 

 

 

 

* 약력

 

경기도 여주 출생

2003년도 문학과 비평 등단

2006년 경기문화재단 및

2018년 성남문화발전기금 수혜로

토마토가 치마끈을 풀었다 나를 깁다 출간

2018년 작은 시집 봄봄 클럽 전자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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