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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다리를 지나고 있었다 외1편 / 이해원시인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07/01 [23:40] | 조회수 : 329

 

▲     © 시인뉴스 Poem



그때 다리를 지나고 있었다

 

 

이해원

 

 

다리 아래 폭력적인 어미가 있다

 

바다의 뚜껑이 열렸다

교각을 타고 오른 무수한 물의 알갱이

그들의 결속엔 쇠비린내가 난다

 

곁길이 없는 곳

가시거리를 좁히고 다가오면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캄캄한 구름 위로 달린다

눈을 가린 닭처럼 둔해지는 바퀴를 순식간에 종잇장처럼 구겨버리는

부드럽고 완강한 힘

모든 것은 안개가 사라진 뒤에 드러난다

 

부드러운 안개에 물린 쇳덩이는 숨을 놓는다

흥청망청 쓰던 속도는 중상,

안개는 피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

 

길은 사라지고

구겨진 아침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햇살에 쫓긴 주범은 슬그머니 자리를 피한다

비명과 뒤엉킨 잔해들

증거는 명백한데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고

매번 안개는 무죄,

견인차도 끌고 갈 수 없다

 

 

 

 

 

 

 

 

다랑이논

 

 

이해원

 

 

산비탈에 사바나가 펼쳐졌다

 

초식으로 새겨진 얼룩말 무늬처럼

가지런히 줄 맞춰 찰랑인다

 

흙먼지 바람에도 화들짝 놀라 달아나는 얼룩말

어느 새벽 피 냄새에 몸서리치며

맹수의 추격을 피해 척박한 산비탈에 누웠다

단단한 뼈가 몸을 지탱하듯 얼룩무늬가 경사를 받치고

논두렁 계단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포효하는 맹수보다 더 무섭게 타들어가는 산허리

 

아프리카의 건기가 수시로 천수답을 드나든다

   

 

 

 

등단: 2012세계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일곱 명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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