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복의 구성 / 표문순 시인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07/02 [19:22] | 조회수 : 164

 

▲     © 시인뉴스 Poem



공복의 구성

 

 

표문순

 

 

부재를 포옹했던 여벌같은 그릇들이

발단의 정점 향해 슬그머니 일어서면

결핍에 감염되었던 냉장고가 앓는다

 

가족과 식구의 차이 이별과 별리 차이

목안木雁의 사슬을 맨 무거운 날갯죽지

전개된 공복의 범위 알수록 넓어진다

 

냉장실에 쌓여있는 먹다 남긴 시간들이

위기의 한 가운데서 부패를 시작하면

그 모든 칸칸 속에서 불면을 증식한다

 

자정의 위장 속엔 거대한 혼잣말 있다

날마다 문을 열지만 불구의 배를 채울

1인칭 서사 구조는 매끼 마다 절정이다

 

 

 

 

나무 기러기.

 

 

 

   

 

-시작 노트

 

시집의 말머리를 먼 데 있는 시를 찾아 다녔다/ 그러나 주변이 모두 시였다.”라고 했던 것처럼 내 주변은 온통 시의 소재를 품고 있었다. 젖은 눈으로 주변을 바라보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시집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아픔이 흐르고 있다. 표제 시인 공복의 구성은 기러기 아빠의 외로움을 담고 있다.

붐처럼 불기 시작한 어린 자녀의 해외 유학이 가정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일이 사회문제로 부각된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나밖에 없는 너무도 귀한 내 새끼. 자신의 일생을 바쳐 아이의 성공과 교환하고 있는 현대사회 부모들의 왜곡된 사랑을 남자의 외로움에 집중시켜 이 시에 담아냈다.

부부가 떨어져 사는 것은 삼대가 공덕을 쌓아야 하는 일이라고 농담처럼 이야기하는 유머도 들은 적 있다. 어린 자녀의 유학을 따라나선 아내, 그리고 홀로 남겨진 남자. 그런 남자의 이야기를 유일한 위안거리인 냉장고와 접목시켜 발단-전개-위기-절정의 구조로 남자의 공복을 구성하였다. 아내의 부재는 잔소리로부터의 해방과 자유를 보장받는다. 처음엔 여벌 같던 시간들이 정점을 찍고 나면 비로소 외로움이 시작된다. 기러기의 사명으로 맺어진 인연이기에 가족 부양의 의무를 다하는 남겨진 남자. 먹고 남은 반찬들을 냉장고에 쌓아 놓듯 쌓인 외로움이 일상이 되고 나면 그의 밤은 불면을 증식한다. 잠들지 못하는 자정이면 허기(외로움)를 달래기 위해 냉장고를 뒤지지만 채워지지 않는 배고픔은 늘 절정으로 있다.

누구나 자녀라는 존재는 사랑스럽고 그의 앞날이 창대하기를 소망한다. 희생없이 얻어지는 것은 없다고들 하지만 가끔씩 이혼으로 결론짓는 장면을 목격하며 왜곡된 삶의 방향에 안타까움을 담아보곤 한다.

 

 

 

 

 

 

 

 

 

 

 

 

 

표문순약력

 

경기도 파주 출생. 2014시조시학 신인상 등단. 시집 공복의 구성.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열린시학상, 나혜석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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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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