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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는 후회를 모른다 /김지명시인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07/04 [08:35] | 조회수 : 250

 

▲     © 시인뉴스 Poem



 

천사는 후회를 모른다

-간벌

 

김지명

 

 

나무가 나무 밖으로 몰두한다

아이가 아이 밖으로 몰두한다

 

나무가 아이를 넘보다 나무를 놓치고 만다

아이가 나무를 만지작거리다 얼굴을 놓치고 만다

 

너무 종알대는 아이와는 반대편이라 좋은 나무

활개 치는 큰 나무와는 반대편이라 좋은 아이

 

서로 호의는 눈을 짚어 맴도는데

말도하기도 전에 두 손이 먼저 착해지는데

 

남의 생각을 내 생각처럼 지우고 마는

기울어진 지구에서는

 

쉽게 세상에 편입되지 못해

맑은 날에도 흐린 날에도 못 자라

해를 놓치고 달을 놓치고

풀꽃과 가시덩굴과 친해 못 자란

나무, 아이

 

초록을 먹어치운 그늘이

엄마를 먹어치운 그늘이

악의 없이도

덜 자란 사연을 골라내고 있다

 

외로움을 돌보지 못한 반대편에서

눈을 반짝이는 어린것들을 보세요

천진하다는 것은 저리 쉬운 일

 

바람에 걸어두어야 할 약속도 모르는

켜켜 쌓아두어야 할 후회도 모르는

잘 개어진 오후 2시 속으로

 

벌채 차량이 겨울을 퍼놓고 지나간다

엄마를 솎아낸 겨울이 천진불을 끌고 앞서 간다

 

 

 

 

 

 

 

   

 

 

천사의 몫

 

 

 

 

목련이 신부를 입고 입장하면

나무가 주춤거리는 장기들을 밖으로 꺼냈다

두 손 모아 당신의 밀도에 응답하는 촛불은 나란히

하루를 데치고 볶고 끓였던

하얀 포스트잇 인연들이

언제나 아이처럼 웃어라, 울어라

이파리 하나 없는 무대에 이파리들이 팔랑거리고

먼 데 있는 추운 생각들이 달려와 조용조용 입장을 세웠다

순간이 탕진에 가까울까 봐

눈이 내린다 손님처럼 입장해

예장을 갖춘 촛불 켠 신부에게 촛농처럼 떨어진다

신부의 순수한 눈빛이 과오가 된 듯이 눈이 내린다

멈추지 않을 것 같은 산책을 외면하는 기상쯤으로 읽을까

천사에게 선악의 분별 보다 귀한 게 겨드랑이에 쓰인 흰 글씨

사랑노동자로 살래요

환호와 뒷짐 속으로 퇴장하는 천사의 흥얼흥얼

엔딩크레딧

 

 

 

 

 

 

 

   

서울에서 출생. 인하대학교 사회교육과 졸업.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 수료.

2013매일신문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쇼펜하우어 필경사(천년의시작, 2015)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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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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