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지 꽃 외1 / 이화인시인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07/09 [18:46] | 조회수 : 216

 

▲     © 시인뉴스 Poem



1. 엘레지 꽃

 

 

풀도 외로울 땐 하늘을 향하여

시린 가슴을 열고

 

그리움이 지치면 풀도 몸속에

지워진 추억을 깁는다

 

하늘이 열리면 물은 잠에서 깨어

빈곤한 삶의 두레박을 드리우고

 

단 하루를 살기 위하여

바람 앞에서 황홀하게 춤을 추었다

 

잊어라, 하루를 사는 길이면

단 하나 목숨도 버려야 한다.

 

 

 

   

 

 

 

2. 하늘에 별이 되는 아픔

 

 

얼마나 아팠을까, 하늘에 별이 되는 그 순간

마지막 바라보던 하늘은 백지처럼 하얀 하였을까?

모든 빛이 사라지듯 캄캄하였을까?

즐거워야 할 어린이날에 텔레비전 앞에서 울컥 운다

차 안에서 발견된 일가족의 죽음을 생각하며

하늘에 별이 된 네 개 별들을 생각한다

뜨거운 주물공장에서 실직한 아빠와

전화상담실에서 삶의 끈을 놓친 엄마, 그리고

유아원에서 늦도록 엄마를 기다리던 두 남매

밤이 되면 헤어날 수 없는 어둠처럼

천 근 만근 바윗돌로 짓누르던 빚덩이와

지옥 끝까지 쫓아온 악마 같은 고난의 날들

오월도 푸르른 어린이날에

사랑하기에,

사랑스럽기에,

그들은 별이 될 수밖에 없었을까?

네 살 아들을 굳게 부둥켜안은 아빠와

마지막 순간까지 뛰는 심장 소리를 들려주려고

두 살배기 딸을 가슴으로 껴안은 엄마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길이 수없이 많지만

별이 될 그 길밖에 볼 수 없던 막다른 길에서

그들은 얼마나 아팠을까?

오월도 푸르다던 어린이날에

너무나 사랑하였기에,

너무도 사랑스러웠기에,

그들은 모두 별이 될 수밖에 없었을까?

 

별이 된 시흥시 네 가족에게 슬픔을 전합니다.

 

 

 

 

 

이화인 약력

 

전라북도 김제 출신(1950)

전북대학교 기계과 졸업, 한양대학교 대학원(석사)

2003년 계간 현대시문학 시 부문 신인상 등단

시집 그리움은 오늘도 까치밥으로 남아』 『길 위에서 길을 잃다

묵언 한 수저』 『가벼운 입술소리

수필집 쉰여덟에 떠난 Nepal 인도

임화문학상(2006), 현대시문학상(2011), 제주4.3기념일작사상(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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