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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간 통신 외1편 / 이미영 시인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07/11 [20:55] | 조회수 : 239

 

▲     © 시인뉴스 Poem



행성간 통신

 

편의점 알바를 끝내고 지하 셋방에 돌아왔어요 책상 위에 냉동 도시락을 던져두고 있지도 않은 고양이를 위해 자장가를 틀어두었죠 어두운 방에 누워 유성우를 입에 넣고 씹는 밤 나는 지구의 이불 밑에 누워 붉은 모래폭풍이 지나가는 화성을 생각해요 화성 탐사로봇 큐리오시티, 당신은 생일 때마다 혼자 노래를 부른다면서요 아무도 없는 그 행성으로 잠깐 건너가 볼까요 내가 가는 날이 당신의 생일이었으면 좋겠어요 유효기간이 지난 빵과 우유는 나의 생일선물이에요

 

화성은 지구보다 중력이 3분의 1밖에 안 된다지요 거기에 가면 나의 외로움도 3분의 1로 줄어들까요 큐리오시티와 함께 은하수를 천천히 우유처럼 흘러가요 설탕가루 같은 노랫말을 조금씩 타서 말이죠 나는 배려심 있는 여자, 백팩에 생일 초도 챙겼어요 몰골이 초라하고 단조롭게 변한 노래를 부른다 해도 이 극한의 큐리오시티 옆에 내 자리가 비어있어서 다행이에요

 

은하수에 흘린 우유가 노란 기름띠가 되어 강을 따라 흐르면 그 강 앞에서 내 발목은 사라지고, 턴테이블이 없어도 오래된 음반을 사랑하고 싶지만 삼각 김밥을 뜯기도 전에 망각의 나라로 떠나는 밤이에요 큐리오시티는 내 외로움까지 더해서 혼자 노래를 부르겠죠 여기는 곰팡이가 푸른 솜털처럼 자라나는 방, 우유가 노란 고름이 되어 몽글거리는 밤, 내 슬픔이 검붉은 악몽으로 발효되는 섬, 몇 광년이나 떨어진 당신의 답장을 기다리지 못 하는 것은 나의 운명이겠죠 송신도 수신도 인스턴트 눈물을 매단 채 서로의 흔적만을 사랑하게 되겠죠

 

 

 

 

씻김

 

엄마는 무당이었다

 

속세의 치마폭이 미친 듯이 펄럭이고

해풍 속을 헤매는 바듯한 버선발

 

춤을 여는 것도 버선이고

닫는 것도 버선이다

 

잿빛 구름 안쪽, 울혈이 내비칠 때

 

굿판을 달구던 버선발이

검푸른 물보라 속으로 뛰어들었다

 

맨발로 뛰어든 자

한 겹을 신겨서 데려와야지

 

긴 흐느낌을 물에 던질 때마다

수건 끝으로 검은 머리카락이 감겨 올라왔다

 

한 땀도 놓치지 않고,

버선발을 이끄는 물의 손길이 다급하다

 

발이 다다른 귀착지,

거꾸로 선 맨발

돌연 물의 표정이 바뀌고 있다

 

 

 

 

 

 

 

이미영 시인 약력

 

서울 출생

숙명여자대학교 졸업

8회 웹진 <시인광장> 신인상 등단

중봉조헌문학상 우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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