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나는 자연인이다 외1편 / 최을원시인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07/16 [20:09] | 조회수 : 230

▲     © 시인뉴스 Poem



  

나는 자연인이다

 

 

 

TV 속 자주 들은 한 멘트

잘 가꾸어 놓으면 아내가 찾아올 것이라는,

내 옆집에도 자연인이 살았다

여차하면 응급실로 실려 갈 보따리

현관 옆에 놓아 둔 봉구난발 병든 노인이

작고 늙은 개를 데리고,

깊은 겨울밤, 자연인들은 어느 산속 고독을 깎고

나는 한 편 올려다보고

그는 기침소리로 얕은 잠을 깨울 때

나의 나타샤는 어디쯤 가고 있을까

며칠째 끊긴 그의 안부가 걱정될 때면

충직한 개가 밤새워 울고, 개와 주인이

서로를 핥아주며 이승을 견디는,

저런 개나 키워볼까 그 개가 응앙응앙 울어줄까

흰 당나귀는 여전히 마가리를 찾고 있는데

홀로 떠돌던 그 겨울은 유난히 추웠는데

어느 봄볕, 나앉아 있던 창백한 웃음이

손잡아 배웅해주는 것이었다

다음에 꼭 찾아와, 한참을 더 떠돈 후에야

알 듯도 했는데, 나타샤가 오지 않을 것을

그들은 너무 잘 알고 있었을 것이었다

오지 않는 것들을 기다리는 자들은

누구나 자연인이었다

지나온 곳마다 눈은 푹푹 내리고

당나귀가 울고

세상엔 없는 마가리의 하얀 망막함이

백미러 속 여전히 손을 들고 서있는

 

 

*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오마쥬함.

* <나는 자연인이다> : TV프로그램.

 

 

 

 

무릉(武陵) 모텔

    

   

북한강변 따라 걷다 만난 복숭아나무

심심계곡의 저 전설나무

왜 이곳까지 내려왔을까

붉은 전설들이 한 잎씩 떠내려온다

물비늘 위엔 요요한 실업의 날들 

하계(下界) 길들은 여차하면 강변에서 끝난다

골재 채취 트럭들 따라 풍진은 피어오르고

모텔 마당 번호판 가린 차량들처럼

얼굴 없이 몇 개의 도시를 거슬러 왔나 ​​

나무와 나 사이에 천 년이 약수(弱水) 흐른다

약수처럼 건널 수 없던 도시의 중심

결국, 강변으로 돌아오던 도시 살이

다 털고 꽃잎 동천(洞天) 함께 가자

어둠 속에서 나무는 속삭이는데

어디에 가 닿고 싶었을까 저마다의 전설들을

하나씩 품고 ​​홍진(紅塵)의 인연들은

모텔을 빠져나간다 내게서 서둘러

떠난 것들을 전송하며

저만치 나무의 등 뒤에다 외쳐 보았다

무릉은 어디인가 그러자,

캄캄한 진세(塵世)의 수면 곳곳에서

모텔들이 요란한 불빛을 터트렸다      

 

 

 

 

 

 

소개

 

- 1961년 경북 예천 출생

- 2002<문학사상> 등단

- 2009년 첫 시집 <계단은 잠들지 않는다>

- 2017년 두 번째 시집 <새와 함께 잠들다>

 

  

 

 

 

  • 도배방지 이미지

시집 소개

더보기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