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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주宿主 외9편 / 권선희

백우기자 | 입력 : 2019/08/19 [21:38] | 조회수 : 769

 

▲     ©시인뉴스 포엠

 

숙주宿主

 

 

괄약근 푼 똥꼬는 새집 같았다

 

비닐장갑 낀 둘째손가락으로 살살 똥을 주웠다

 

오목한 새집에서 알이 굴러 나왔다

 

손바닥에 안기는 까만 어머니는 작고 귀여웠다

 

낡아 허물어질 때마다 보수 기회를 놓친 몸에서

 

똥은 칠십구 년이나 잘 살다 갔다

 

 

   

 

 

 

      

 

매월여인숙

 

 

나 오늘 기필코

저 슬픈 추억의 페이지로 스밀라네

눈 감은 채

푸르고 깊은 바다

흉어기 가장 중심으로 들어가

목단꽃 붉은 이불을 덮고

왕표연탄 활활 타오르는

새벽이 올 때까지

은빛다방 김양을 뜨겁게 품을라네

작은 창 가득

하얗게 성에가 피면

웃풍 가장 즐거운 갈피에 맨살 끼우고

내가 낚은 커다란 물고기와

투둘투둘비늘 털며

긴 밤을 보낼라네

 

 

 

 

      

 

 

누가 더 불쌍한가

 

 

손 없는 집, 첩 들였다

 

영감 하나에 큰댁 작은댁 함께 살았다

 

작은댁 새끼를 큰댁은 여섯이나 받았다

 

영감이 병들었다

 

큰댁은 젖도 안 뗀 막내까지 여섯을 업고 끌고 부산으로 가버렸다

 

작은댁은 자맥질하며 살았다

 

큰댁은 광주리장사로 새끼들 키웠다

 

막내가 장가들 때도 만나지 않았다

 

영감은 죽지 않고 누워 있다

 

 

 

 

 

 

      

 

노을

 

 

사내는 자고로 화끈해야 한다고

말끝마다 노래하던 사내

놀음판 개평 챙겨

가끔은 쫄깃한 슬픔도 시켜 먹었다

삶은 이미 계약 만기였으나

수천 번 구르다 보면 분명코 땡 잡을 날 온다고

배짱 하나 꼬불치고 뻥치고 등치며

머릿기름 확실하게 발라 넘겼다

흰 운동화만큼은 눈부시게 빨아 신었다

긁으면 긁을수록 부풀어 오르는

가려운 저녁일수록

잃고 따는 법칙 좆나게 읽었다

사내는 자고로 화끈해야 한다고

말끝마다 노래하던 사내

시원하게 그었다

생의 카드깡

 

용두산 너머 붉은 손목

화끈하게 탄다

 

 

 

 

      

 

 

꽃마차는 울며 간다

 

 

산전수전 다 지나온 말 한 마리

산전수전 다 지나온 노부부 싣고

하필이면 해맞이공원에서 꽃무덤 끈다

 

잘린 시야 측면은

가리개 너머 신들은 무고한가

 

추진推進을 촉구促求하는 고삐

재갈을 자극하며 키스하는 모퉁이

절벽 아래 수심은 터무니없는데

 

채찍이 긋는 이 오후는

이승인가, 저승인가

 

 

 

 

    

 

 

수장水葬

 

 

모로 누운 등 뒤에서

껴안는 낯선 바다

밀고 드는 물기둥에서

간지러운 치어 떼와

수초들이 풀려 나왔다

숨죽인 귀로

눈송이처럼 터져 심해로 간 사람과

산란 향한 뱀장어 긴 유영과

검은 해류 지나는 푸른바다거북의 안부가

흘러들었다

금빛 복숭아 들고 돌아오는 저녁처럼

비로소 붉어진 나는

눈 감은 채 젖을 무는 바다

이마를 쓰다듬었다

 

 

   

 

 

뜨거운 말

 

 

영기가 면도칼로 손목 세 군데나 긋고

수술에서 깨어났을 때

큰형 팔뚝 움켜잡고 했다던 말

나 좀 살려줘,

 

둘째 영기가 이제는 맘 잡겠다고

오른쪽 새끼손가락 자르고

퇴원하던 날

두 손을 두 손에 가두고 했다는 엄마 말

 

니는 죽은 니 아부지와 내가 만든

고귀한 선물이다 이 상노무 새끼야

 

 

 

 

 

  

 

 

빈집

 

 

누이가 입덧을 했다

고추 모종 심고 저녁답에 돌아온 어머니는

뒤란 풍로 위에 약탕기부터 올렸다

누이는 울 밖 복숭아나무 아래까지 나가

노란 똥물을 게웠다

사람 안에 사람 생기는 일

사람이 사람 하나 세상에 내어놓는 일에 대해

복숭아나무는 어린 복숭아들에게 소곤거렸다

 

누렁이가 새끼를 여섯 마리나 낳았다

장에 다녀온 아버지는

화덕에 솥 걸고 북어대가리를 끓였다

누렁이는 누렁누렁한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검고 희고 얼룩덜룩한 새끼들이

퉁퉁 불은 젖 물고 빨며 토실토실 야물었다

 

 

 

 

   

 

어떤 환갑

 

 

작년 봄에 혼자 된 친구가 얼마 전 선을 봤다 캅디다. 죽은 마누라 생각하면 애간장이 녹지만, 너른 과수원에 죽자사자 복숭꽃은 피고 손은 달리니 새봄이란 것이 살아도 사는 게 아니더랍디다.

 

우예 알고 붙은 중신어미가 내놓은 여자 역시 사별한 촌댁이라 크게 맘 없어도 일단은 보자 캤답디다. 먼데서 고만고만하게 사는 자식들 걱정도 덜 겸요.

 

그런데 조건이라는 게 현찰 1억을 통장에 꼽고 다달이 월급택으로 몇 십 만원씩 넣으라 했답디다. 호적에도 못 오를 몸, 밤낮 없을 밭일에 늙은 새 영감 치닥거리까지 하다 덜컥 죽고 나면 버려질 생은 누가 책임지냐고요. 그 말도 맞지요.

 

혼자 살다 비틀어져 죽어도 이런 거래는 아니지 싶어 결국 파토 낸 친구가 마누라 무덤에 엎어져 술 부어주며 꺼이꺼이 이랬다 캅디다.

 

여보게, 자네가 1억도 넘는 줄 왜 내는 여적 몰랐을꼬. 참말로 미안했네

 

 

 

 

 

    

 

사램이 고래만 같으믄

 

 

고랫배 타고 반평생 싸돌았다마는

살라꼬 온 데로 설쳤다마는

금마가 을매나 자슥들로 물고 빨매 애끼는지

내는 안다

 

반들반들하니 시커먼 눔 만나믄 말이재

가슴이 벌컹벌컹 뛰는 기라

금마가 을매나 이쁜지 모르재?

 

내하고 금마하고 똑같이 울렁울렁

지칠 때꺼정 파도 타매 가는데 말이다

금마 옆구리에 몽실하니 새끼가 붙은 기라

우짜겠노 내는 사램이고 지는 괴기니

놓치지 않을라꼬 가기는 간다마는

맴이 억수로 씨는 기라

 

그래그래 가다보믄

새끼가 고마 처진다 아이가

그라믄 우짜는 줄 아나?

요래요래 지 한쪽 팔에 새끼로 얹아가꼬 간다

포 쏠라꼬 배는 달라붙재

새끼는 깩깩 울재

가슴팍에 피멍인들 앤 들겠나 말이다

 

어미 고래 질질 끄잡고 온 날은

난리가 난데이

울 마눌 입은 째질 대로 째지고

온 동네 사램들 마카 모딘 판장은 그야말로 굿판이재

 

그라믄 모하겠노

술 한잔 묵고 든 집구석 온천지

새끼 델꼬 도망치던 금마 오락가락 하지럴

깩깩거리메 에미 찾을 새끼 오락가락 하지럴

내 그런 날으는 한 숨도 몬잤데이

 

새끼 내삐리고 소식 읎는 둘째 놈

검둥고래만도 몬한 놈

고래 새끼만도 몬한 내 손주 놈이 가여버가꼬

잠든 볼때기만 조물락 조물락

날밤으로 씨꺼멓게 샜데이

 

 

 

 

권선희

춘천 출생. 구룡포에 살며 글을 쓴다. 저서로는 시집구룡포로 간다,꽃마차는 울며 간다항해기우리는 한배를 탔다도보여행기바다를 걷다, 해안누리길(공저)해양문화집 뒤안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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