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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시간 외1편 / 최연수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09/16 [11:41] | 조회수 : 269

 

▲     © 시인뉴스 포엠



나비의 시간

 

 

결제해드리겠습니다

여자가 단말기에 카드를 긁었다

 

허공을 얄팍하게 접어 꽃에 대고 있는

나비,

결제할 것이 있을까

 

비행법을 기억하는 그 나비, 희미한 어제를 접어

앉았지

지불할 게 많은 듯

 

노련한 꽃은 이미 향기를 버린 채 나비의 길목을 지켰던가

낯선 꽃의 머리채가 그 손에 잡혀 울었던가

 

거기까지만 날아갈 나비를 알고 있을 거야

그 꽃,

한때의 봄날만 기억하는

 

무럭무럭 자란 그 나비, 잠들지 않는 근육질 무늬가

피 다른 꽃을 배회해도

결제할 아무것도 내놓지 못한 꽃들

 

팔랑거리는 나뭇잎을 좇는 나비

바람을 따라 잠시 꽃들이 일어섰다 주저앉는다

 

하늘거리는 칠월, 눈 좋은 흰색이 팔랑거린다

 

칠월에는 유독 흰색이 좋았다

흰색을 접어 지갑에 넣으면

눈이 잘 보일 것 같았다

 

나는 칠월에게 지불할 것이 많다

 

 

 

 

 

태어나는 화요일

 

 

우연히 듣는 안부에 흔들리는

요일들이 빠져나온다

 

난시를 비빈 눈동자가 빨갛게 자라도

무작정 한곳으로 달려가는 길

오래 머무는 골목이 따로 있다

 

혀를 굴려 반복해 읊조리는 이름은

하구로 흘러간 번지

새로운 주소지가 생겨도 아직 보내지 않은 요일이 있다

 

한 장 남은 페이지처럼 입술은 같은 말을 중얼거리고

소리가 커지는 날씨 속

끈질기게 살아남은 그늘이 틈으로 풀려 나온다

 

낮은 곳을 걷는 높은 사연들의 발목이 없어

더 이상 불러줄 꽃잎이 없는

오른쪽,

왼쪽,

 

무작정 달려가다 틀어지는 방향을 놓치고

직육면체 속에 웅크리는 화요일

빗금을 건너뛰는 빈 곳, 여전히 시끄러운

기분에서 기분이 태어난다

 

소리가 소리를 낳는다

 

 

 

 

 

 

최연수 2015년 영주 신춘문예, 󰡔시산맥󰡕으로 등단. 평론집으로 󰡔이 시인을 조명한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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