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안개의 무게 외1편 / 김경선

정유진기자 | 입력 : 2019/09/23 [23:45] | 조회수 : 324

 

▲     © 시인뉴스 포엠



안개의 무게 외1

 

 

아침부터 배가 부르다

쪽방에 처방된 수북한 한 끼 밥,

간암 3

몸에 링거를 꽂아 화분에 물을 주고

마그리트 그림 속으로 들어가 눕는다

 

아내와 춤을 추고

아이들이 먹는 자장면 먹는 냄새가 춤을 춘다

고양이가 내 등을 소파처럼 긁고

바람이 바다의 끝을 말아 올리는 동안

 

약냄새에 젖은 박스를 싣는다

700원짜리 하루가 가득한 운수 좋은 날

나는 밤마다 아내를 기다린다

처음 보는 신약이 조제된

오늘은 얼굴 없는 아내가 오는 날,

 

삶은 식상하지

아무나 얻을 수 있는 행운,

손바닥에 아내를 올려놓고 공기놀이를 한다

아이들을 하나씩 올려놓으면서

우린 더 식상하게 행복해진다

 

아내 옆에 나를 오려 붙인다

내 기억은 장밋빛으로 변질되었다

날마다 기적을 꿈꿀 수 있다는 것

꿈꾸는 것은 나의 사생활,

 

꿈이 부풀수록 물주는 속도가 빠르다

 

 

 

- 계간 시인정신2018년 여름호

 

 

 

 

만손초

 

바람이 둥지를 튼 그녀의 자궁은 깊다

제 몸을 끼니로 갉아먹던 그녀,

 

햇살요양병원 3층 복도 끝 병실,

그녀의 눈이 두꺼비처럼 깜박인다

햇살을 등에 업은 채

목숨을 놓고 신과 협상을 하고

바람도 긴장한다

거친 호흡이 휩쓸고 간

병실 바닥에 누군가의 그늘 한 짝 나뒹군다

꿈꾸듯 검버섯 정원을 무장무장 거닐던 그녀

 

신경전이 오고가는 동안

태연한 척 숨을 고르던 링거가 잠시 흔들리고

갯벌을 닮은 손이 나뭇가지처럼 파르르 떤다

기울어진 손아귀에서 노을이 각혈하고 있다

죽음 같던 꿈을 털어낸 웃음이 나팔꽃 같다

 

바람이 부는 날이면

잘려나간 탯줄을 만지며 환상통을 앓는다

 

- 계간 열린시학2018년 겨울호

 

 

 

 

 

 

약력

 

* 2005시인정신등단.

* 10회 수주문학상 우수상 수상.

* 웹월간[젊은시인들]편집장 역임

* 계간 시인정신편집기획위원

* 시집미스 물고기북인 외 공저 다수.

  • 도배방지 이미지

시집 소개

더보기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